[줌인 2020 GGGF] 존 김 센드버드 대표 "안전한 길은 위험한 길, 코로나19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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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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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길은 위험한 길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이자 미국 비즈니스 전략가인 세스 고딘이 ‘기업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를 경영철학으로 삼고 안정적인 직장을 뛰쳐나와 실천하고 있는 이가 있다. 존 김 센드버드 대표다. 삶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가 국내 최고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엔지니어로 전향했다.

이후 마음에 맞는 동료들과 2007년 소셜게임업체인 ‘파프리카랩’을 창업하더니 2012년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을 즈음, 이를 다시 미련 없이 매각했다. 이 자본금을 바탕으로 2013년 새롭게 창업한 게 바로 센드버드다.

회사의 대표처럼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센드버드도 드라마틱한 성장을 하고 있다. 2014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창업 투자·육성업체) 테크스타스’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이듬해 한국 스타트업 중 두 번째로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YC)’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 투자회사 타이거글로벌 등까지 누적 15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이밖에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개인투자자로 참여한 아이코닉캐피털 등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센드버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다.

그만큼 사업 아이템의 가치가 높다. 센드버드는 개별 기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 등에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라면 없어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다. 특히 센드버드의 프로그램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차별화된 장점이다. 센드버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관련 파일을 내려받아 실행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넥슨과 KB금융을 비롯한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소셜미디어 ‘레딧’,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고젝’, 홍콩 유명 소셜 미디어 사이트 ‘나인개그’ 등까지 세계 곳곳의 기업들도 센드버드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이 1억명이 넘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벌써 다음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다. 과거에 논의됐을 때는 기술이 뒷받침하지 않았으나, 현재는 센드버드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합심하면 충분히 현실화 가능하다고 그는 보고 있다.

김 대표와 센드버드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센드버드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었던 센드버드의 가치를 소개한다면.
"센드버드는 펀딩 과정에서 1억2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센드버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살펴보면 그 요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우리는 적은 금액과 노력으로 어떤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채팅, 음성과 영상 통화 등 소통의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갖추지 않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앞으로 비대면 소통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펀딩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미국 어거스트 캐피털과 펀딩 과정에서 일이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간별로 있었던 사건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당시 오전 10시에 첫 미팅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에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하고, 센드버드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할 자리도 가졌다. 이날 오후 4시 반에 주요 거래 조건을 서로 알렸다. 하루 만에 모든 펀딩 과정을 마친 셈이다. 보통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처럼 펀딩 과정이 이뤄지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도 극히 드물다. 우리의 실력이 글로벌 경쟁이 심한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에 더 뿌듯했다."

-새로운 투자유치가 진행되는 게 있나.
"몇몇 업체들이 추가로 의향을 밝힌 적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조심스럽게 투자를 거절하고 있다. 지난해 타이거글로벌 등의 추가 투자로 우리는 충분한 자본을 갖췄고,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확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직 추가로 투자받을 계획이 없다."

-관심을 두고 있는 신기술은.
"지난 3월에 음성과 영상 인터랙션을 위한 ‘센드버드 콜스’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고객들이 단순 채팅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채널로 사용자들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의사가 헬스케어 앱을 이용해 환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마케팅 수단으로서 채팅 등 서비스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원격의료서비스도 준비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원격의료에 대해 고민하기 전부터 많은 고객이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 온라인상에서 솔루션을 찾다가 센드버드의 기술을 눈여겨본 경우다. 실제 이미 의사-환자 소통 기능 외에도 건강, 정신, 보상 등의 관리 서비스를 바탕으로 여러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의료 예약 서비스업체 ‘닥플래너’와 미국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업체인 ‘리봉고 헬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헬스케어 회사들이 채팅, 음성, 영상통화 기능을 이용해 고객들과 얼마나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등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격의료에 관한 규제가 서서히 풀리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서비스가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센드버드의 최종 목표는.
"현재 센드버드를 통해 소통하는 사람이 1억명이다. 앞으로 10억명 이상이 센드버드를 이용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이는 지속적인 사업을 구축하기 위한 이정표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일들도 벌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센드버드를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수준의 기술 능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시킬 것이다."

◆실리콘밸리와 존 김
-실리콘밸리에서 센드버드가 훨훨 날고 있다. 한·미 간 사업환경 차이는?
"미국의 사업 관행은 한국과 매우 다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국의 경우 기업과 고객의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둔다. 이로 인해 성과가 훨씬 더 느리게 발생한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사업의 직접적이고 요점인 부분을 중심으로 소통한다. 가령 미국인들은 상대방 회사의 제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필요와 예산에 맞으면, 바로 그것을 구매한다. 이처럼 사업하는 데 있어 폭넓은 관계 구축을 필요로 하지 않고, 아이템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실리콘밸리의 큰 장점인 것 같다."

-한국이 실리콘밸리와 같이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키워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일단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큰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겨여왕 김연아나 골프여제 박세리처럼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는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성공할 만하면 끌어내리기 바쁘다. 국가나 대기업에서 이들을 성공으로 이끌어 스스로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도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개인적인 성공비결을 꼽는다면.
"'긍정적인 끈기’다. 긍정적이고, 끈기 있게. 모든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헌신적인 마음 가운데 지략이 있어야 한다. 실리콘 밸리와 같은 매우 경쟁적인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가 없을 수 없으며, 수없이 많은 거절의 말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낙심하지 않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끈질기게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에 진출하기 원하는 사업가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미국 진출하려면 이곳의 기업 관행과 사람들의 관습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시장과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이곳에 사업장을 내거나 최소한 수시로 드나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장에 있으며 고객들과 시간을 보내면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을 수 있다. 이것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
 

존 김 센드버드 대표. [사진=센드버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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