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폭락...유럽으로 위기 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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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8-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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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를 상대로 20% 가까이 미끄러졌다. 금융위기 공포가 커지면서 그 여파가 유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라·달러 환율 1년 추이 [그래픽=인베스팅닷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터키 리라는 달러를 상대로 올해 들어서만 19%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시간 11일 오전 리라·달러 환율은 전일비 0.06% 오른 7.3374리라를 가리키고 있다. 리라·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건 리라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터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털어 달러를 매도하고 리라를 매수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최근 방어 기세가 주춤해지면서 리라 하락세는 다시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4일 이후 리라는 달러 대비 6.6% 미끄러졌다. 사실상 터키 중앙은행의 환율 방어 옵션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불거졌다.

가파른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리라는 미국과 터키의 외교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8년(-25%) 이후 최악의 연간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터키 금융위기 공포, 유럽에 충격파 던지나
리라가 강한 하방 압력에 놓이면서 신용위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통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외채 상환을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 위험도 높아진다. WSJ는 특히 터키에 많은 돈을 빌려준 유럽 주요 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은행들은 2018년 리라 폭락 사태 후 터키 경제에 대한 노출도를 줄여왔지만, 여전히 스페인과 프랑스 은행들은 터키에 막대한 대출 잔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서 나타났다.

또 리라가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유럽산 제품의 수요도 줄어든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양국의 교역 규모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유럽연합(EU)의 6대 수출시장인 터키의 수요가 줄어들면 유럽의 경제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 

일본 MUFG은행의 리 하드먼 애널리스트는 "유럽은 미국보다 터키와 더 가까운 교역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터키의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면 유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 위기가 유럽까지 옮겨붙을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유로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리라 폭락 사태 당시에도 스페인 BBVA,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등 유럽 주요 은행들의 주가와 유로 가치가 동반 급락한 바 있다.
 
◆"리라 하락, 적어도 1년 더 간다"
리라 가치가 최근 역대 최저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리라 환율 전망치를 3개월 뒤 7.75리라, 6개월 뒤 8리라, 12개월 뒤 8.25리라로 각각 제시했다. 종전의 7리라(3개월), 7,5리라(6개월), 8리라(12개월)에서 각각 상향 조정한 것.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현지 외화예금 증가, 물가상승률 전망 악화, 한정된 외환보유액, 대외 자금조달 격차, 비전통적인 정책 운영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환율이 상승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쇄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2018년보다 낮지만 여전히 신용등급이 낮은 신흥국들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경제 활성화를 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관광수입이 말라붙고 수출이 둔화해 외화 수입이 쪼그라들면서 상황이 꼬였다. 무역수지 적자가 불어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했고 외화를 조달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터키 경제 비관론이 번졌고 국제수지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퍼지면서 리라 매도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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