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상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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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08-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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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법무부는 지난 6월 11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감사 등 선임 시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경우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배당기준일 관련 규정 개선,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관련 규정 개선 등 다섯 가지다.

그동안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꾸준히 지적돼 오던 것들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결국 소수주주들에 의한 위법행위 감시장치가 추가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상법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재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근거들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지면 관계상 다중대표소송 도입에 관해서만 살펴본다.

대표소송은 이사가 그 임무를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음에도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그 이사에게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이다. 이사는 회사의 경영을 지배하므로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사실상 이사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묻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다른 주주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의 다중대표소송 도입 이유는 ‘대주주가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의 자산과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 대표소송만으로 추궁이 어렵고, 자회사의 피해 역시 종국적으로 모회사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이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의 대표소송은 주주가 해당 회사의 이사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다. 그래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이사가 위법행위를 해 해당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모회사의 주주들은 그 이사에 대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자회사나 손자회사에도 일정 비율 이상의 소수주주들이 있다면 그나마 이들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분 100%를 모두 모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할 소수주주가 없으므로 대표소송 제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이사가 회사로 하여금 대주주의 자녀 소유 회사로부터 물건을 정상가격보다 고가에 매수하도록 한 경우, 그 이사는 대표소송의 대상이 되고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주주가 해당 사업부를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고, 그 자회사가 자녀 소유 회사로부터 고가에 물건을 매수할 경우, 현행 상법의 대표소송제도로는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자회사 이사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제도로는 이사가 위법행위를 해서 소수주주가 이미 대표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그 회사를 다른 회사의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버리면 간단하게 그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그 경우 소송을 제기한 소수주주는 모회사의 주주가 되고, 자회사의 주주가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손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다.

다중대표소송 도입에 문제가 있다는 주된 근거는 모회사의 이익과 자회사의 이익이 충돌할 여지가 있고, 대표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기우에 불과하다. 다중대표소송도 소송이므로 법원이 책임 여부를 판단하고, 이사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자회사의 이사가 모회사의 이익에는 배치되지만 자회사에는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한 경우 임무에 위배된 것이 아니므로 애초에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

소송 남발도 기우에 불과하다. 경제개혁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우리나라에서 대표소송이 제기된 것은 모두 합쳐 137건이라고 한다. 1년에 두 건 정도인 셈이다. 이는 이사의 임무 위배행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하더라도 이사는 회사에 배상을 하는 것이지 소송을 제기한 소수주주에게 배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 대표소송이 남발되지 않는 이유다. 이는 다중대표소송이어도 마찬가지다.

한편,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관련 규정 개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행 상법은, 대표소송을 예로 들면, 상장회사가 아닌 일반회사의 경우 주식 보유기간과 관계 없이 1% 이상 지분을 가진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상장회사의 경우 그 보유지분 요건을 낮춰 0.01%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상장회사의 경우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도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법원이 필요하다는 판결과 필요하지 않다는 상충되는 판결을 해 실무상 소수주주들의 권리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그러한 문제를 시정해 위와 같은 경우 6개월 이상 계속 보유요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규정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일부 부족한 면이 많지만 소수주주 보호의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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