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지는 미·중 스파이 전쟁…"더는 참지않아" 美 압박 더 거세진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7-23 18:4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첨단기술·의료 중심 휴스턴…"중국이 원하는 것 가진 도시"

  • 범죄자 은닉 혐의까지 나오며 미·중 갈등 빠르게 고조될 듯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8시께 미국 텍사스주의 대도시 휴스턴 소방서에는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몬트로즈 3400번지. 바로 중국 영사관 건물이었다. 총영사관 안뜰에서 직원들이 종이를 태우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미국 폭스 방송 등 현지 언론은 미국 정부가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는 충격적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24일 오후 4시가 기한이다. 이에 영사관에서 급하게 기밀문서를 태우면서 화재 신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언론은 '영사관 폐쇄'는 미국이 중국과 벌여온 정보·첩보 전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AP 통신은 "영사관 폐쇄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중국 외교관과 언론인, 학자 등에 대한 고삐를 죄기 위해 또 다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중국 영사관 앞에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서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휴스턴, 의료·항공우주 중심도시··· 미국 "더는 못 참아" 

미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과 지적재산권 도난과 첩보활동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중국이 미국 첨단기술기업은 물론 각종 의료·군사·바이오 분야에서 스파이 행위를 통해 기밀을 빼내려고 한다는 경고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당장 지난 21일 미국 법무부는 중국인 해커 2명이 최소 2009년부터 미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해킹 활동을 벌여 기밀 정보를 빼내 불법으로 유통시켰다는 11개 혐의로 기소된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중국 국가안전부(MSS)의 지원을 받아 첨단 기술 및 제약·방산 기업을 겨냥해 해킹을 했으며, 미국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연구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도 미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연설에서 "중국의 첩보행위는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이라면서 "중국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FBI는 새롭게  중국과 관련해 매 10시간마다 새로운 스파이 행위를 조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료도 “중국은 수년 동안 미국에서 엄청난 대규모 불법적 스파이 행위를 벌였으며, 이 같은 행위는 최근 몇년간 급증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역시 22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늘어나는 중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영사관을 폐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의 학문적 자유와 외국 학생들에 대한 관대한 수용을 이용해 미국 대학으로 부터 민감한 기술과 연구를 빼내 인민해방군의 군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적인 중국 영사관 폐쇄에 언제든 나설 수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트위터를 통해 휴스턴 영사관 폐쇄는 필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광범위한 스파이 네트워크의 중심지"라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미국 정보당국 관리 역시 휴스턴 영사관이 스파이 활동에 활용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CNN은 보도했다. 

CIA 출신이면서 백악관 상황실 선임국장을 지낸 래리 파이퍼는 "중국이 미국의 우한 영사관을 폐쇄하는 것은 이른바 '보복' 조치로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코로나19 탓에 우한의 미국 영사관 내 외교관들은 이미 귀국했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홍콩이나 상하이 영사관 폐쇄를 결정할 경우 긴장은 더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 청두, 광저우, 상하이, 선양, 우한에 영사관을 두고 있다. 파이퍼 전 국장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교시설을 이용해 암암리에 용인되는 첩보 활동을 벌여온다. 다만 이번 사태는 중국의 첩보 활동이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휴스턴 영사관 폐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레이 FBI 국장은 휴스턴 총영사관 관할에 있는 주(州) 소속 4명의 연구자들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와 연루돼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이 미국 국내 정치에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의 한 외교관이 미시시피 주지사의 대만 방문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신에는 "주지사가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의 특성도 이번 폐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휴스턴은 의료·항공우주 산업 대표 도시이며, 세계 최대 의료단지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가 있다. 항공우주국(NASA) 산하 존슨우주센터가 위치한 곳도 휴스턴이다. 

CIA 고위관료 출신인 대니얼 호프만은 포린폴리시에 "우리는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포위돼 있으며, 그들은 전통적으로 프로파간다와 첩보활동에 사용해왔다"면서 "휴스턴은 대도시이며, 대규모 제조시설과 항공기술, 에너지방비, 첨단기술 등 중국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특히 발달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큰 그림에서 보면 이것은 참담한 21세기 냉전인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은 범죄자 은닉··· "외교적으로 용납 안 되는 일" 

휴스턴 영사관 폐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중국 영사관이 범죄자를 은닉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에 FBI가 기소한 중국인 군사 연구원이 숨어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해당 인물은 중국군과 연계된 연구에 대한 절도 혐의로 수사 받던 탕 후안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UC 데이비스) 연구원이다. 탕은 지난 20일 FBI에서 출석 조사 직후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현재까지 은신 중인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탕 연구원은 비자를 받을 당시 인민해방군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며, FBI에도 똑같이 진술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조사결과 탕은 과거 인민해방군 소속 ‘제4군의대학(FMMU)’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현역 군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FBI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은 인민해방군 관리가 미국에서 기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탕의 사례는 특히 공군군의대나 관련 기관들의 군사 과학자들이 미국에 위장 입국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방 검사들은 탕과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악시오스는 만약 FBI의 추정이 맞는다면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의 결정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며, 기본적인 외교 관례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