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판자촌서 살던 그는 어떻게 부동산자산가로 거듭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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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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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 매입 후 편의점·마트 직영해 자본금 마련

  • 아파트·상가 각각 세 채에 땅 한 필지 보유 중

  • "평생 가난할 줄 알았는데…경제적 자유 8년차"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지독한 가난, 돈, 집념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니까 돈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른 나이에 투자나 창업을 많이 생각했어요. 집안을 일으켜야겠다는 생각에."

아파트부자들 스물다섯 번째 주인공은 ’내 생애 짜릿한 대박 상가 투자법‘ 저자이자 네이버카페 '길목부동산연구소' 운영자인 김세호(45) 씨다.

옛 마산교도소 인근 판자촌에서 시작한 그는 이제 아파트 세 채와 상가 세 채, 땅 한 필지를 가진 어엿한 자산가로 거듭났다.

인생 역전 이야기는 한 상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적은 자본으로 매수한 상가에서 장사로 종잣돈을 모아 재테크를 통해 불려 나가려는 전략이었다. 

"1995년 대학교 1학년 때 세금 관련 교양수업을 듣는데, 그때 교수님이 10억짜리 집을 깔고 가겠냐, 1억짜리 집을 사서 9억을 굴리겠냐 물었던 게 계기가 됐어요."

"아, 유동성이 중요하구나. 같은 돈이더라도 유동자금을 최대로 만들어서 불려야만 돈이 더 많이 생기는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었어요."

첫 자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로 마련했다. IT전문 인력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기업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부터 받는 일거리가 꽤 많았다.

제대한 후 1998년부터 약 4년간 약 7000만원을 모았고, 이 돈으로 대출을 받아 입지가 좋지 않아서 2년간 분양이 안 된 경남 창원의 한 상가를 1억4200만원에 샀다.

이 상가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주변 공단 출·퇴근자 대상으로 담배와 아이스크림 등 수요가 나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임대료가 따로 들지 않기에 장사수익을 내는 만큼 많은 종잣돈을 모아서 나중에 부동산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돈을 모으면서 거의 200여곳을 돌아봤어요. 분양가와 연식, 분양·전용면적, 평당가, 전용률, 입지 등등을 모두 정리해서 메모하고 비교했죠."

"기술이 없으니까 식당이나 다른 건 못하고 물건을 떼다 파는 편의점을 했어요. 종일 앉아서 지나가는 차량 숫자를 세봤는데 오고 가는 차량이 꽤 많더군요."

"인형 탈을 쓰고 춤추면서 호객행위를 하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계산대를 배치했어요. 하루 18시간 혼자 운영하면서 2년 뒤 빚을 다 갚았어요."
 

김세호 씨가 처음 매입해 편의점 장사를 한 상가.[사진 = 사연자 제공]

안녕, 판자촌. 안녕! 경제적 자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산이 쌓여갔다. 2006년에는 창원의 한 아파트를 매입해 판자촌 신세에서 벗어났다. 이듬해에는 단지 내 마트를 한 채 사들여 운영하던 편의점은 세를 줬다.

드디어 임대수익이 생긴 것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쌓은 상가 고르는 노하우는 전업 부동산 투자자가 되는 발판이 됐다.

그의 원칙은 △급매로 나온 1층 상가 공략 △좋은 급매물을 추천받기 위한 공인중개사 친분 유지 △신규 분양상가 기피 △1000가구당 상가가 20개 미만인 곳 공략 등으로 요약된다.

분양상가를 받지 않는 이유는 매입가격이 높은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해 급매물을 잘 선별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급매물 가격의 적정가를 알아보려면 주변 상가 월세와 임대보증금을 조사해 역산하면 된다. 수식은 월세에 1200(12개월x100%)을 곱한 값을 수익률로 나누고 임대보증금을 더한 값이다.

"우선 급매 중에서 옥석을 가리려면 공인중개사가 알려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역마다 다니면서 좋은 매물을 소개해주면 수수료를 세 배로 주겠다고 해요."

"2007년 어느 날 단지 내 마트가 급매로 나왔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지역 독점인데도 사람이 너무 없는 거예요. 알아보니까 주인이 불친절해서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주인만 바뀌면 장사가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입한 후에 전단지를 냈죠. 물건 홍보가 아니라 딱 '주인 바뀌었습니다'를 써서요. 대박이 났습니다."

매입가격은 본래 분양가 2억3000만원보다 1억원이나 저렴한 1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빨리 처분해야 하는 주인 심리를 파악해서 본래 매도 희망가보다 2000만원 더 깎은 가격이다.

이곳에서는 한 해 평균 순수익이 500만원가량 남았다. 2013년에는 전업 투자자로 전향했다.
첫 번째 편의점에서 나오는 임대료와 마트장사 수익을 합쳐 충분한 자산을 마련하면서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지 8년차인 지금은 창원과 평택, 김포에 아파트 한 채씩을 가지고 있고 창원에 상가 두 채와 화성 한 채도 있다. 화성에 있는 상가는 급매로 나온 단지 내 카페다.

"2002년부터 상가를 사서 장사한지 10여년 뒤 경제적 자유를 얻었으니 썩 나쁘지는 않죠. 문제라면 고생을 많이 해서 결혼도 못 하고 얼굴이 삭아버렸다는 것 정도랄까요."

"오로지 가족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연애하고 결혼은 꿈도 못 꿨죠. 돈이 많이 드니까. 큰 수술을 받은 어머니도 챙겨드려야 했었거든요."

최근 그는 부동산 투자학원의 요청을 받아 강단에도 서고 있다. 쉬는 동안에는 굴삭기나 지게차 자격증을 따고 여행 다니며 살았다고 한다.

"강의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는 글쎄요. 소개팅도 하고, 얼굴도 재개발하고, 즐겁게 살 생각이에요. 참, 평생 가난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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