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바꾼 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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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7-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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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업계에 전례없는 훈풍이 불고 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이 정도로 소비자와 시장의 환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올해 2월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 자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게임이 비대면 콘텐츠로 각광을 받은 영향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와 이용시간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보다 크게 늘었다. 글로벌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가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소비자들의 게임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17% 늘었고, PC·콘솔 게임 이용자는 46%나 증가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앱 설치 건수는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이는 한국 게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크래프톤, 게임빌, 네오위즈, 위메이드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뒀다.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은 게임산업에 몰렸다.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이달 초에 주가가 100만원 가까이 올라 현대자동차와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0위에 진입했다. 게임사가 시총 톱10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달라진 게임사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 시 게임을 이용하라고 권장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국내에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나서 “게임은 건전한 여가 문화”라며 힘을 보탰고, ‘신한류 진흥정책’에 e스포츠를 추가하기도 했다. 과거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셧다운제, 결제한도 제한 등의 규제를 도입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덕에 게임의 순기능들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중독, 사행성 산업이라는 각종 편견에도 불구하고 홀로 성장해왔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당시, 글로벌 GDP(국내총생산)는 0.7% 하락했지만, 한국 게임업계는 약 1.1% 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8.1% 성장했고, 2009년에도 4.9% 증가했다. 2009년 당시 글로벌 GDP가 5.2%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게임업계는 ‘홀대 산업’에서 ‘우대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게임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효자산업으로 인정받고, 하나의 문화·여가생활로 자리를 잡는 날도 멀지 않았다. 

 

[IT과학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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