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으니, 트렌드⓵] MZ세대는 왜, 중고거래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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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7-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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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젊으니, 트렌드’는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기획기사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젊은 소비’를 주도하며 각 분야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Z세대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지만, 합리적입니다. ‘젊으니, 트렌드’는 경제성과 효율성, 개별성과 독창성, 편의성과 심미성 등 온갖 요소들과 함께 '합리적인 변화'의 배경을 분석해 보려 합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갈대 같은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MZ를 이해하는 자, 판을 엎으리라.’

[젊으니, 트렌드] ‘중고거래=MZ세대’ 아니다
[젊으니, 트렌드
] “또 변한다”…중고거래 미래는


중고거래가 뜨겁다. 카페 중심의 중고거래 플랫폼이 장악하던 중고거래 시장에 모바일 중심의 신규 플랫폼이 합세하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커졌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당근마켓’은 지난 6월 기준 월간 순 사용자 수(MAU)가 800만 명을 돌파했다. 1세대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가입자는 1800만명을 넘겼고, 지난해만 3조5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올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43% 성장한 ‘번개장터’는 MZ세대가 전체 거래액 60%를 차지하고 있다.

플랫폼 중고거래 시대는 2003년 중고나라 서비스 시작과 함께 열렸다. 이때부터 중고거래 시장은 매년 거래금액과 사용자를 늘려왔다. 불황으로 인한 물건 내다팔기나 값싼 물품 수요로만 설명할 수 없는 장기적인 트렌드다.

최근 보여지는 중고 시장의 폭발적인 확대는 모바일을 손에 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MZ세대가 중고거래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성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중고거래 인식의 전환

가장 먼저,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과거 중고거래는 값싸게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사기 위험이 있는 거래 방식이었다. 직거래를 하지 못하는 경우 구입자가 돈을 먼저 송금해야 했고, ‘먹튀’ 위험이 따라다녔다. 중고 물품은 시세를 알기 어려우므로 덤터기를 쓰기도 했고, 때로는 하자 있는 물건을 받았다.

‘위험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중고거래의 각종 약점은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모바일 중심 신규 플랫폼의 등장으로 최소화됐다. 에스크로 기반 안전거래와 페이시스템, 판매자 평판 조회 기능 등을 도입해 사기 가능성을 줄였다. 중고거래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기존 사용자들이 “안전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마련한 이후에는 반복 재사용에 대한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으로 처음 중고거래를 접한 Z세대의 경우 중고거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다. 사기 등 부정적인 기억이 최소화한 상태로, 안전한 거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중고거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② ‘재밌는 쇼핑’일 뿐

MZ세대에 중고거래는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값싸게 구매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들에게 중고거래는 단지 ‘재밌는 쇼핑’이다. 필요한 물건이 없더라도 온라인 쇼핑하듯 플랫폼에 올라온 물건들을 둘러본다.

당근마켓 자체 조사 결과 사용자의 일평균 방문 횟수는 20회가 넘었다. 앱을 깔고 한 달에 한 번도 안 들어가는 사용자가 있는 반면, 중고거래에 익숙한 사용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앱에 접속해 중고물품을 둘러봤다. 배가 고플 때 음식 주문을 위해서만 접속하는 ‘배달의민족형’ 사용법이 아니었다. 평소 시간이 나면 짬짬이 접속하는 ‘인스타그램형’ 사용법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적용되고 있다.

 
③ 구매자가 왕이다

잘 팔리는 가게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원칙을 잘 지킨다. 소비자들은 돈의 대가로 재화를 제공 받으면서도, 직원들에게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과거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왕이었다. 값싼 물건, 희소한 물건을 팔기에 가격은 주로 판매자가 정했다. 직거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물품을 받기 전에 돈을 먼저 입금해야 했다.

이제는 중고거래도 소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구매자는 ‘매너 온도’를 확인해 판매자를 평가‧선정할 수 있고, 돈은 물품을 받은 뒤 구매 확정을 통해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오프라인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에서는 물건이 1주일 이상 안 팔리면 가격이 10% 떨어지는 경매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선택권을 쥐고, 대금 결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비자는 ‘을’의 위치를 벗어났다. 더이상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대우받는 시대가 아니다.

송지훈 티켓베이 팀장은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중고거래가 보편화하면서 판매자보다 소비자가 우위인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는 사기 거래를 최소화하면서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⓸ ‘오덕’의 보편화

MZ세대는 누구보다 개성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오덕’이라고 놀림 받았을 취향이 이제는 개인의 독특한 취향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모두가 오덕인 세상, 오덕의 보편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집착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인형, 캐릭터 카드, 연예인 굿즈 등 상품 종류는 상관없다. 원하는 물건 대부분은 중고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번개장터 최재화 CMO는 “지금은 두더지 크리에이터가 두더지 키우는 영상을 올려서 먹고 사는 시대다. 두더지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비율은 낮겠지만, 이 취미를 콘텐츠로 제작하고, 공유한다. 과거였으면 두더지 카페가 만들어졌겠지만 이제는 유튜브가 있다”며 “MZ세대는 무언가의 덕후다. 이들은 다양한 취향을 표현하는 물품을 오프라인 동호회나 카페가 아닌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놓는다. 등산, 낚시, 캠핑 등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카테고리에 기반한 중고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⓹ 너에게 팔게, 웃돈 주고
 

[사진=중고나라 캡처]


‘리셀러(reseller)’ 상품을 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MZ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돈을 아끼지 않고 구매한다. 한정판 굿즈라면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는다.

만약, 그 물건을 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웃돈을 얹어 준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을 사는 행위가 경제적이지는 않지만, MZ세대의 합리적인 소비 방법 중 하나다.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e-프리퀀시를 완성하면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는 ‘레디백’은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매장 오픈 전 대기 줄을 만들어내고 있다. 재고가 부족한 데다, 매일 들어오지도 않다 보니 시간을 투자해도 레디백을 얻기 어렵다.

이에 중고시장에서는 레디백 핑크가 12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중고나라에서 ‘레디백’을 검색어로 찾으면 지난 5일 기준 게시된 게시물만 45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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