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회동 1주년] 文 ‘한반도 운전자론’ 의문 속 꺼져버린 ‘비핵화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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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6-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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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미 정상 판문점회동 30일 1주년

  • 북·미대화, 남·북관계 모두 교착 국면

  • 중재자 신뢰잃은 韓, "아무것도 못해"

  • "美대선까지 북미 협상 여건 만들어야"

  • "외교적 노력으로 한·미·중 대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과 함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남·북·미 판문점회동’이 30일 1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현재 이 불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언제 되살아날지도 불투명하다. 비핵화 상응 조치를 두고 북·미 간 조건 차이가 좁혀지지 못했고, 남북 관계 역시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 지적으로  2017년 이전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존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회동에서 문 대통령의 동행을 원치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에도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덜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북·미 대화 재개 기대 힘들다···모든 것이 정체”

남·북·미 정상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깜짝 회동으로 ‘하노이 노딜’ 이후 꺼져가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다시 되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던 판문점회동은 같은 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회담은 결렬됐고, 이때부터 북·미 비핵화 대화의 시계가 멈춰졌다. 문제는 향후 대화 재개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발간도 한반도 비핵화에 악재로 등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 판문점 회동 직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회동 참석 요청을 북측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세 차례나 거절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회동 참석을 요구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과 해군 군함을 제안했다는 내용과 함께 “극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는 시각·장소·형식에 대한 극적인 접근법이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내용보다는 협상 모습이 더 극적으로 보이길 원했다는 볼턴 전 보좌관의 비판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반도 비핵화 전망에 “어렵다”, “잘 안된다”, “완전히 정체된 상황” 등 부정적인 말만 내놓는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전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판문점회동 1주년이 됐다고 해도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결국에는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협상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완화하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핵시설 포기하라는 입장에서 양보하지 않고 있다. 결국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는 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이뤄지지 않을 거란 얘기다.

신 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북·미 간 거래 조건이 워낙 차이가 나서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 같다”며 “트럼프 입장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더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로 말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P·연합뉴스]

 
◆ “美 대선 이후 상황 변할 수도···韓, 중국과 대화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과 북한 양측의 비핵화 기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며 그때를 위해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신 센터장은 미국 대선 이후에는 양측이 새로운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의 조건을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봤다. 트럼프 2기든, 바이든 1기든 북한도 장기간의 미국 행정부를 상대하고자 대미(對美), 비핵화 기조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일부 차관 자리에 있었던 김형석 대진대 교수도 전날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 대선까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계속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 대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 역시 북·미가 미국 대선 이후에 지금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북한이 미국 대선 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미국 대선 이후에는 시험발사 등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 미국 대선 전까지 중국 등과의 외교적 노력으로 북미가 대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선 이후가 되면 (북·미는) 다른 2단계 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도 (비핵화 협상 교착국면을) 직접 풀려고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때 우리나 중국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한·미·중 간의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외교적 노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아 한반도 안정이 유지되는 상황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다음 단계에서는 새로운 비핵화가 이뤄질 때 한국·미국·중국의 입장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편 신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 이유에 대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이벤트 중심으로 상황만 이끌어 왔고, 실질적인 신뢰 구축에는 기여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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