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인국공 사태’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김봉철 기자입력 : 2020-06-29 19:24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비슷하면서도 사실관계는 달랐다. 하지만 대응은 같았고 결과는 비슷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논란을 두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시작은 비슷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구성된 남북단일팀이 우리 측 선수의 출전 시간을 상대적으로 뺏는다는 문제 제기로 논란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 요원 1900여명을 직접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발표한 뒤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두 가지 사건 모두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올림픽 국가대표팀은 운동선수들의 ‘꿈의 무대’이고, 인천공항공사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남북 화해 무드 조성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명분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다만 바라보는 방향이 좀 다른 듯싶다. 젊은 세대에게는 남북 평화 통일과 정규직화보다는 나에게 주어질 피해가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일련의 과정에서 사실관계는 달랐다.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달리 이번 이른바 ‘인국공 사태’의 시작은 ‘가짜뉴스'가 맞는다.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보안검색요원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아무런 공채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됐고, 5000만원대 연봉을 받게 됐다"고 올린 글이 논란의 출발점이었다. 갑자기 논점은 연봉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청와대의 대응도 비슷했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이해하나, 정부의 입장이 맞는다’는 식이었다.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때도 “모두 다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는 진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귀담아듣겠다”며 각종 논란에도 그대로 강행했다.

인국공 사태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마주하게 됐다”면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두 사건에 대한 대의명분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데 왜 ‘2030세대’는 반발하고 논란은 점점 거세질까.

현재 전환이 확정된 보안검색요원 직군은 청와대와 공항공사의 설명대로 취준생들이 준비하는 일반 사무직이나 관리직군이 아닌 것도 맞는다.

하지만 좁아진 취업난을 뚫기 위해 노력한 청년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도 본인들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아마도 ‘지금은 아니지만 저런 상황이 앞으로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다고 본다.

더 서글픈 상황은 수많은 비정규직과 분노하는 청년 모두 우리 사회의 ‘을(乙)’이라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행히도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이들과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의 기미도 엿보인다. 소위 ‘노(勞)-노(勞)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포기해선 안 된다. 각종 통계에서 나오는 수치대로라면 정규직화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겠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존재하는 편법적인 ‘무기 계약직’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다. 꼭 무리한 정규직화가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의 직급·임금 체계를 손보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고용정책의 방향은 맞아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 간에 공감의 방향은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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