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영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언제나 연기"···운명같았던 연기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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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06-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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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지치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지만 하고 싶었던 건 늘 연기였고 꾸준히 한번도 연기를 놓치지 않고 해왔던 것은 어마어마한 천운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연기는 제 운명이에요."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 종영기념으로 배우 김지영(46)과 아주경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국엔터테인먼트 제공]

'굿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극 중 김지영은 잘 나가던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활약하다 현직에서 밀려난 후, 영수증 처리가 주담당인 잡무요원으로 전락한 황미순 역을 맡았다. 그는 일생일대 프로젝트에 얼떨결에 합류해 국정원 인생 제 2막을 맞게 된다.

특히 '굿 캐스팅' 속 중년 여성들의 실전은 여느 첩보극들과는 좀 달랐다. 생활 밀착형인 만큼 코믹하면서도 더 치열하고 처절했던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도 한층 진했다. 세 여성의 활약 덕분에 '굿 캐스팅'은 월화극 1위를 지키며 종영했다.
 
이날 김지영은 "25년 넘게 연기한 현장 통틀어서 너무 재밌게 촬영했어요. 감독님이 '뻥치지 말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진심으로 이번 작품은 같은 출연자들과의 합도 잘맞고 극본 등 모든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작품 할 때마다 행복하긴 하지만 이렇게 재밌었던 적은 없었죠. 욕심을 부리자면 시즌 2 또는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다시 하고 싶어요"라고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굿캐스팅'을 통해 배우 인생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김지영은 "액션이 체질"이라며 "액션 스쿨에서 연기지도를 받았는데 반도 못 써먹어본 것 같아요. 다시한번 제대로 된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음에 해보고 싶은 역할은 호위무사?"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김지영은 “더 많은 액션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4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 도전하는 액션 연기는 쉽지 않았을 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예전에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찍었어요. 그때도 ‘아이고’ 소리를 내며 촬영했는데, 그때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액션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눈을 빛냈다.
 
이어 김지영은 "그동안 남자들이 때려 부수는 건 많이 봤지만 여성들이 고군분투하고 응징하는 건 못 봤던 그림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속 시원하셨죠"라며 활짝 웃었다. 

[사진= 국엔터테인먼트 제공]

100% 사전제작이었던 '굿캐스팅'에 대해 "오히려 다 찍어놓고 보니까 던져진 주사위였고, 마음이 편했어요. 사전제작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큰 차이만 없다면 준비를 철저히 해서 사전제작을 하면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이여. 대신 배우들이 앞을 내다 보고 연기해야 할 필요는 있겠구나 싶었죠"라고 밝혔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김지영은 ‘굿캐스팅’을 위해 12kg를 증량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예전에는 찌우라면 찌우고, 빼라면 뺐어요. 근데 이제는 나이가 있으니 찌우는 것도 부담이 되더군요. 굶어가면서 다시 살을 빼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황미순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 후회는 없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작품에 잘 투영돼서 시청자들이 즐겁게 보셨다면 저는 만족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12kg를 찌웠는데 지금 7kg를 뺀 상태에요. 아직 5kg가 남아있어요. 남편이 처음에는 ‘살 다시 빼지 말고 그냥 가는 건 어때?’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에게도 아직 꿈이 있어요. 여배우가 아닌 여자로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고, 당당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거죠.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조금씩 살이 빠지면서 치마도 입고하니까 남편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여 웃음을 더했다.
그는 최강희, 유인영과의 팀워크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우리 셋 호흡은 정말 좋아요. 시즌2 준비도 돼 있고요. 강희는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고요. 인영이는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대사는 물론 애드리브까지 다들 준비를 많이 해와서 서로 배려하며 재밌게 했어요."

이어 김지영은 "마냥 재밌었던 것 같아요. 촬영이 안 될 정도로 재밌었지만 슛 들어가면 확 달라지더라고요. 강희도 인영이도 모두 마음도 예쁘고 서로에 대한 예의가 있었어요. 한 번도 껄끄럽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촬영 중반부를 넘어서는 척하면 척 눈빛만 봐도 맞았습니다"고 전했다. 김지영이 유난히 고생스런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가는 길은 무조건 힘들 것"이라며 "팔자려니 생각해요"라는 유쾌한 생각을 공개했다.
 

[사진= 국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지영은 1994년 한양대학교 1학년 재학 시절 극단 '한국'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1995년 KBS 드라마게임 '가장 행복하게 잠깨는 남자'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이후 MBC '전원일기'(1997)에서 복길이 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김지영은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갔다. MBC '남자 셋 여자 셋'(1997), SBS '토마토'(1999), MBC '논스톱'(2000),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SBS '토지'(2004), SBS '내 사랑 못난이'(2006), MBC '메이퀸'(2012), MBC '위대한 조강지처'(2015) 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1998),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극한직업'(2019), '엑시트'(2019) 등으로도 대중과 만난 바 있다. 

또한 1995년 단막극으로 데뷔해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만난 남성진(51)과 2004년 결혼해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프랑스여자'에도 출연했고, 드라마는 '굿 캐스팅' 외에 곧 JTBC에서 방송 예정인 '우아한 친구들'에도 합류했다.

"연기를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되돌아보니 정말 행운이었죠. 하지만 우리 아이도 그렇고 요즘 친구들은 복길이를 모르더라고요. 저한테 복길이라고 부르면 복길이가 뭐야? 라고 되묻는걸 보고 아.. 정말 내가 연기를 오래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어느덧 40대 중반. 여배우로서는 어떤 길을 가야할 지 선택의 고민이 많은 나이다. 
 
"나이가 들면서 배우로서의 2막을 어떻게 열지 고민이 많았어요. '프랑스 여자'의 경우 그럴 때 만난 작품인데, 김희정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열쇠를 얻은 느낌이어서 참여하게 됐죠. 친구들의 비밀을 다 알지만 표현하지 않는 역할을 하면서, 저의 고민도 차근차근 정리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어떤 연기를 하든, 저만의 색을 이어가고 싶어요."

다음으로 김지영은 어떤 연기를 선택할까? 그는 "멜로를 하고싶다"고 밝혔다. 
 
"여자배우든 남자배우든 멜로는 죽을 때까지 로망인 것 같아요. 코믹이든 스릴러든 사랑이 있기에 완성이 되죠. 아직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작품과 연기 스타일이 많아져요. 연기도 시대의 유행을 타지만, 어떤 장르든 작품 안에 오롯이 들어갈 수 있고 저만의 색깔을 분명히 낼 수 있어야 하죠. 선하든 악하든 밉든 어떤 역할이라도 사람들에게 '그래도 인생을 살아갈 만하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차기작은 다음 달 10일 첫 방송을 앞둔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이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에 또다시 ‘특별출연’ 한다.

[사진= 국엔터테인먼트 제공]

“별로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자꾸 특별출연을 하게 되네요(웃음). 올해는 단역이라도 좋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까봐요. 하하.”
 
이어 김지영은 "요즘 저에게 '다작'이라고들 하시는데, 특별출연을 했던 작품들이 한 번에 풀리면서 본의 아니게 많이 보여드리게 됐어요. 어느 분들은 제2의 전성기라고 하시는데, 그러기엔 나이가 많고, '제5의 전성기'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며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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