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포스트 코로나 중국, 디지털화폐 발행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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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 2020-06-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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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 갈수록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굴기(2019년 10월 24일)’와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계획 발표(2019년 10월 28일)에 이어 지난 4월부턴 선전(深圳) 등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실제 디지털화폐의 발행실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 5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테스트일 뿐 정식의 발행계획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1월 말~2월 중순을 넘기자마자 서둘러 실험을 재개하고 있는 점을 들어, 테스트와 보완단계만 끝내고 나면 중국 정부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급피치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중국 정부는 왜 이렇게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르나. 첫째, 무엇보다 미·중 갈등이 급격히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원인 제공을 두고 서로 ‘강 대 강’ 펀치를 날리면서 이미 미·중 관계가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이란 평가다. 또한 지난 5월 28일 중국의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금융시장의 잠재위험도 커진 상태다. 예컨대 미국이 홍콩달러의 달러 페그(연동)를 제한 또는 폐지한다든지 하면 홍콩달러와 위안화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어떻게든 잠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중 하나가 디지털화폐 발행인 셈이다.

둘째, 포스트 코로나의 트렌드 변화를 적극 활용하려는 정책 의지도 엿보인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하듯,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디지털과 비대면이 대세다. 세계 경제구조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중국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선점함으로써 디지털 기축통화 논의가 본격화할 때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디지털 기축통화 바스켓을 고려할 때 위안화를 포함하려면, 국가차원의 디지털화폐를 선(先) 발행함으로써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move advantage)’를 갖추겠다는 얘기다. 현재 유럽연합은 물론,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도 디지털화폐 연구 및 도입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 중앙은행, 즉 중국 정부가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구조를 보면 개인들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중앙은행에 계좌를 트고 중앙은행이 직접 청산하는 구조다. 게다가, 디지털화폐는 현금사용 없는 디지털상의 전자화폐이기 때문에 모든 거래기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자금세탁이나 탈세는 물론, 미·중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자본유출(Capital Flight)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중국 정부 시각이다. 이외에 지금은 미, 유럽의회의 강력한 반대로 다소 가라앉았지만, 페이스북의 디지털화폐 ‘리브라 출시계획’도 중국 정부가 디지털화폐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중국 이외에 세계 각지 시장플랫폼에서 약 20억의 엄청난 인구가 사용할 수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 지역은 어디고, 테스트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선 지역은 장쑤성의 쑤저우, 광둥성의 선전, 허베이성의 슝안신구, 쓰촨성의 청두 등 4개 도시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 올림픽경기장 주변이 1차 대상이다. 그 후 2차, 3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테스트 방식에 대해선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4월 29일 내보낸 ‘스마트폰만으로 결제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라는 웹 뉴스의 사례가 유명하다. 예컨대 인구 74만인 쑤저우시의 상청지구에선 공무원과 기업 직원들이 5월 1일부터 디지털 위안화 계좌를 오픈해 디지털화폐로 출근교통비의 절반을 보조받고 있다고 한다. 사용방법과 실용성도 꽤 높다는 평가다. 개인들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하고자 하면, 알리페이·위챗페이 또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된다. 중국 매체 사진을 보면, 이미 스마트폰 앱상에서 디지털 위안화 잔액을 볼 수 있고, 다른 계좌의 현금을 디지털 위안화로 바꾸기, 디지털 위안화를 현금으로 바꾸기, 디지털 위안화의 결제 및 송금 등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결제통화로 발돋움하는 데는 제약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국제화로 연결되려면 받아줄 곳도 있어야 하고, 그만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내는 몰라도 국제시장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계좌를 터야 한다면 외국인으로선 불편한 데다, 개인정보보호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디지털 위안화의 강점 중에서 인터넷 접속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결제, 송금이 가능한 점에 특히 주목한다. 4G나 와이파이 등 인터넷 회선에 접속하지 않고 NFC(근거리 통신), 블루투스 등 무선통신기술로 결제·송금이 가능하며,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않는 개인 및 기업 간 거래도 할 수 있어서 은행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코로나 디지털시대를 맞아 향후 수출입도 전자상거래(e-commerce) 방식이 늘어날 경우, ‘디지털 위안화’ 같은 디지털화폐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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