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돈 안들이고 경제 살리는 자본시장 시스템 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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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0-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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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숭실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도대체 한국거래소의 상장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거죠." 평소 한국거래소의 상장과 외국 거래소와의 합종연횡을 통한 다국화를 주장하는 필자에게 던져진 어느 금융계 인사의 질문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명품이 되려면 한국거래소는 백화점이어야 합니다. 재래시장에서는 좋은 기업들도 계속 헐값에 거래되죠. 지금의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몇몇 주범 중 하나입니다."

같은 상품이라면 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을 애용하는 필자이지만 한국의 기업들만큼은 보다 고급화되고 세계화된 시장에서 보다 좋은 가격에 거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같은 수익가치, 같은 청산가치를 지닌 기업이라도 유독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들의 가격이 헐값에 거래되는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성장잠재력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어떻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거죠? 그냥 주식투자자로서 불평 아닌가요." 가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해를 받는다. 마치 '왜 불은 뜨겁죠?' 같은 질문처럼. 너무 당연한 상식을 설명해야 할 때 오히려 더 난감할 때가 있다.

"거래소 상장기업이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선수라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마이너리그 선수로 비유할 수 있죠. 한국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실력은 엄청 좋은데 연봉이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형편없으면 메이저리그도 어렵겠지만 누가 프로야구 선수를 하겠다고 마이너리그에 들어오겠어요."

선수들이 제대로 된 연봉을 받지 못하면 리그가 흥행하기 어렵듯이 기업들이 제대로 된 가격으로 거래되지 못하면 기업들의 활동 의지와 자본주의 경제구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상장기업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을 부양하기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들은 크게 왜곡되거나 효과가 없어 낭비 되는 것도 부작용의 하나다.

다보스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미래의 경제잠재력 등을 가늠하기 위해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관찰하는 지표이다. 2019년 12월 발표된 한국의 종합 국가경쟁력 지표는 최근 빠르게 상승하여 13위의 위치에 올랐다. 부문별 국가경쟁력을 살펴보면 2019년 한국의 보건부문 국가경쟁력 지표가 2018년의 19위에서 8위로 현격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흥미롭게 살펴보았는데, 오래지 않아 코로나 사태에 어떤 나라보다도 의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금조달(37위), 벤처자본 이용 가능성(51위) 등 자본시장시스템 부문들이 오래전부터 고질적으로 종합 국가경쟁력 평균점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개선되기 힘든 지표들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두워진 세상 속에서도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다. 하락장에선 바닥에서 팔아내고 상승기엔 높은 가격임에도 추격매수를 일삼던 과거의 안타까운 행태와는 많이 다르다. 최근처럼 주가가 많이 싸졌을 때 보다 많은 가계재산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현상은 필자에겐 반가운 일이다. 좋은 한국기업들의 주식들을 헐값에 외국인들에게 많이 넘겨준 사실을 평소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었고, 부동산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던 가계들의 기형적인 재산 포트폴리오가 이번 기회에 많이 개선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제침체, 많은 기업들의 부실화가 우려되어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의 재정정책을 불사해야 하는 지금, 그리고 모처럼 많은 국민들이 주식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는 지금, 무엇보다도 한국거래소 중심의 자본시장 시스템 재편과 개혁의 실행이 필요하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경기부양 효과는 클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과 생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가계 부의 증가 효과도 클 것이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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