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파동 속 톈안먼 31주기…베이징 '적막' 홍콩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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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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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톈안먼 광장 통제, 온라인 검열도

  • 홍콩 10만명 운집 촛불 집회 강행

  • 中국가·국기 모독 처벌법 '가속도'

  • 친중파 "보안법 반대는 헌법 위반"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톈안먼 민주화 운동 30주년 추모 집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31주기인 4일 시위 현장이었던 베이징은 적막이 흘렀지만 홍콩에서는 10만명이 참여하는 촛불 집회가 열린다.

'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발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베이징·홍콩, 같은 날 다른 풍경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시위가 발생한 지 31년이 흐른 이날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는 여느 때보다 심한 통제가 이뤄졌다.

중국인 관광객도 소지품과 신체 검사를 받은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고, 외신 기자의 출입은 아예 금지됐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군대와 탱크를 동원해 무력 진압한 사건이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당국은 톈안먼 시위 당시 시민들을 위로했다는 이유로 숙청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 묘소에 대한 출입을 통제 중이다.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차단하는 등 정보 검열도 실시하고 있다.

바이두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톈안먼 시위를 검색하면 "광장에 진주한 계엄군이 장내를 정돈하며 폭동을 평정했다"는 식의 설명이 뜬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적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며 미국과 대만 등에서 나오는 비판을 일축했다.

반면 이날 홍콩에서는 1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고돼 있다.

홍콩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지만 주최 측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강행 의사를 밝혔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8시 '6·4 31주년 촛불 추모 집회'를 열고 8시 9분부터 1분간 묵념한다. 이후 '일당독재 종식', '홍콩 보안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빅토리아 공원 축구장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진압에 나설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시위대 간에 1.5m 간격을 유지할 방침이지만, 홍콩 경찰이 수천명의 병력을 이미 배치한 만큼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안법 이어 압박 카드 줄줄이

전날 베이징을 방문한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한정(韓正) 부총리를 만나 홍콩 보안법 제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법무장관 격인 율정사 사장은 "보안법은 시민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강변했고, 재정사 사장은 "미국의 제재는 두렵지 않다"고 호언했다.

홍콩 시민 대부분의 반대에도 중국은 홍콩 보안법 제정을 강행할 태세다. 일각에서는 9월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8월께 반포·시행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홍콩 보안법 외에 다른 압박 카드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입법회는 이날 '국가(國歌)조례' 초안에 대한 3차 심의를 진행한 뒤 표결 처리한다. 친중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국가조례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과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법으로 최고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다. 홍콩 내 반중 시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의회 내 반중파를 겨냥한 강경 발언도 쏟아지는 모습이다. 입법회 친중파 의원이자 홍콩 유일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인 탄야오쭝(譚耀宗)은 전날 홍콩 대공보에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의원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건 (헌법 격인) 홍콩 기본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입법회 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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