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차세대 EU 위해 1000조원 무상지원"...코로나 상처에 '재정동맹' 진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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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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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세대 유럽기금, 7500억 유로 중 5000억은 보조금

  •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새로운 유럽' 눈앞에 다가와

​27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는 "지금은 유럽의 시간"이라는 의미심장한 선언과 함께 '차세대 유럽연합'이라 명명한 기금 계획안이 날아왔다. 코로나19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유럽연합(EU)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코로나 사태로 흔들려왔던 EU 통합이 오히려 '재정동맹'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사진=신화·연합뉴스]


◇7500억 유로 규모 차세대 유럽기금 제안...5000억 유로는 무상지원 

이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7500억 유로(8250억 달러, 1020조원) 상당의 '코로나19 회복기금' 계획안을 유럽의회에 제안했다. 7500억 유로의 기금 중 3분의2인 5000억 유로는 무상보조금으로, 나머지는 2500억 유로는 대출(차관) 형식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코로나본드(기금)'라고도 불려오던 해당 기금은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본 회원국들의 신속한 회복을 돕기 위해 EU의 높은 신용등급을 담보로 공동으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회원국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원액의 상당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EU는 보조금과 대출 모두를 합쳐 3130억 유로가량을 이들 나라의 몫으로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들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그 중 어느 것도 단일 국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합작...새로운 유럽 눈앞에 다가와
 
이번 계획은 사실상 북부 유럽의 부유한 회원국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남유럽 회원국에 무상으로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그간 재정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대출 방식의 지원을 선호해왔던 북유럽 국가들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EU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년 넘게 유지해온 'GDP의 2% 미만 국가부채 상한선'이란 엄격한 재정 정책도 조만간 해제할 방침이며, 조달한 자금은 EU가 공동으로 2028~2058년까지 30년 동안 상환할 계획이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부채위기 당시에도 일각에서 '유로본드'라는 이름으로 같은 방식의 구제 금융책을 제안했지만, 독일을 비롯한 북부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 결국 무산했다.

그러나 이번 '차세대 유럽연합' 프로젝트는 EU의 두 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 영상 기자회견을 열고 5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기금 조성을 제안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날 계획안이 나왔다.

◇기금 제안만으로도 주변국-중심국 격차 축소
 
향후 이번 기금 방안이 실현되면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려왔던 EU 통합은 오히려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울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역시 "이번 기금은 유럽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가 안에서 중앙정부가 지역정부에 교부금을 내려보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간 남·북부 유럽의 경제 격차로 쉽게 진행하지 못했던 '재정동맹'(fiscal union)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기금 제안 소식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급격히 축소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준다는 의미'에서 시장 안정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스프레드가 확대한다는 것은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주변국의 경제 상황이 독일로 대표되는 핵심국에 비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유럽 통합 과정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남부 유럽과 프랑스, 독일의 강력한 지지로 '유럽 공동 기금'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지만, 아직 차세대 유럽펀드가 현실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날 발표는 일단 제안에 불과할 뿐, 이후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 유럽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등 4개국은 대출 이외의 지원 방식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부와 남부 유럽의 갈등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8일(현지시간) 공동기자회견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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