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자가 없어요” 현장 고민서 출발한 한지문화산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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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5-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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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지문화산업센터, 5월 20일 개관...체계적인 유통지원 기대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지문화산업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한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문체부 제공]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한지 만드는 법을 전수해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제가 25년 전 시작할 때만 해도 100여개가 됐는데 현재는 20여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그나마 30대는 두세 명 밖에 안 됩니다.”

경기도 가평군에 자리한 장성우 장지방 대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한지의 현주소에 대해 우려했다. 위기 속 한지 업계에 ‘한지문화산업센터’ 개관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전국에 남아 있는 20여개의 전통 한지 공방 중 19개의 공방이 이번 한지문화산업센터 구축에 참여했고, 한지문화산업센터는 서울 종로구 북촌에 둥지를 틀고 20일 정식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과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김춘호 문경 전통한지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강원·경기·경남·경북·전북·충북 등 국내 각지에 소재하고 있는 전통 한지 공방도 한자리에 모였다.

개관식 후에는 업계 종사자들과의 의미 있는 간담회가 열렸다. 김 문경전통한지 대표와 장 장지방 대표를 비롯해 김보경 휘데스인터내셔날 대표, 안치용 괴산신풍한지 대표, 임현아 한지산업지원센터 실장, 이병섭 안동한지 대표, 김현주 ‘김현주 스튜디오’ 대표, 김현식 물나무 대표가 참석해 현장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했다.

국내외 박물관에 한지를 판매하는 휘데스인터내셔날의 김 대표는 “한지는 아시아 종이 중 가장 늦게 외국에 진출했다”며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해외에 홍보를 하려면 보건·공예·작가용·포장용·문구용 등으로 한지를 나눠 세분화된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김 대표는 "한지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한지로 만든 접시, 파우치 등 일상생활 용품을 해외 10여개국에 유통 중인 김 대표는 “한지가 한국의 종이라고 알 수 있도록 단어를 지속적으로 해외에 노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지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며 “박람회와 워크숍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한지 제품을 많이 경험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한 오 차관은 “문화재청과 협력해 한지 제작 기술에 대한 보전과 전수에 신경쓰겠다”며 “올해부터 해외대사관과 문화원 방명록을 전통한지로 제작하는 것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 차관은 “한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하고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주셨다. 이런 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지문화산업센터는 1층 한지 전시공간에 19개 전통한지 공방과 한지 유통처가 보유한 400여 종에 달하는 지종을 상설 전시한다. 지역별·지종별·용도별로 한지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해 센터를 찾는 방문객 누구나 손쉽게 한지를 직접 만지고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방별 대표 한지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담은 국·영문 샘플북도 제작·비치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한지 소통공간에서는 지역의 한지 생산자를 비롯해 디자이너와 공예가, 문화 예술 관계자, 지역 자치 단체·기업, 교육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태훈 원장은 “한지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과 협력망을 구축하고 지역 한지의 생산 활성화와 유통 지원을 위한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해 국내외 잠재 수요 발굴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월 20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한지문화산업센터’ 1층 전경. 19개 전통한지 공방의 한지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전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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