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말이랑 다르다"... 잇따른 '검찰조서' 논란에 고심 커지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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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5-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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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검찰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법정 안팎에서 검찰 진술조서의 신빙성이 의심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별다른 절차 없이도 증거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검찰 진술조서 역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잃게 된다. 시행령에 따라 시행시기를 최대 4년까지 미룰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검찰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검찰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될 만한 사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처장 김모씨는 "검찰 조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한 진술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것이 이유다. 김씨는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 전화를 걸어 "인턴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본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는데 검찰 진술조서는 "학생(들)이 물었다"라고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 외에도 단국대 장모 교수('제1 저자 논문' 관련)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당시 장 교수는 '검찰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대여섯 시간씩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서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동양대 조교였던 한 증인은 "검사가 (그렇게 진술하라고) 시켰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검사의 추궁에 "잘 모르겠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했는데, "아니다" 혹은 "그런 일 없다"는 등 정 교수에게 불리한 취지로 기재됐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사건에서도 뒤늦게 검찰의 수사행태를 폭로하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10년 '한명숙 2차 뇌물 사건'의 공여자이자 핵심증인인 고(故) 한만호씨가 옥중에서 남긴 친필 비망록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는데도 검찰이 진술을 강요했으며, 심지어 검찰이 요구하는 사항을 외워서 법정에서 증언하는 상황도 있었다는 주장이 담겼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공책 29권, 1200쪽 분량의 비망록에는 한만호씨가 한명숙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한 이유가 자세히 적혀있다. 특히 한만호씨는 당시 한나라당의 다른 정치인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이 이를 묵살하고 한명숙씨 관련 진술만 요구했다는 주장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같은 주장들은 향후 수사권 조정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검찰에 상당히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률가인 검사가 일정한 요건에 맞춰 진술을 받아내면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는 기존 형사소송법상의 개념이 완전히 부정당할 상황이다. 

당초 검찰은 수사권 조정관련 개정법률에서 '검찰조사 증거능력 불인정' 시점을 최대 4년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한 점을 최대한 활용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시행시기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행시기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맡겨져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손놓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만 검사의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자백 위주의 밀실 수사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검사 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국회의원 시절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1일부터 일선 청을 방문해 검사들로부터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의견수렴은 오는 20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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