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코로나 위기] ①"올해 세계 에너지 수요 6%↓" 석유산업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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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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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9%·EU 11% 감소 등 코로나19 봉쇄령이 영향 끼쳐

  • 원유 수요 4~5월 各 일 평균 2900만·2600만 배럴 감소

  • 산유기업 20~30% 도산 가능성...정유업계도 흔들 수도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년 대비 6%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글로벌 원유 수요는 월 최대 하루 2900만 배럴까지 쪼그라들면서 원유업계뿐 아니라 석유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각 지역의 에너지 수요 추이.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보고서'에서 지난 100여일 동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맞물려 각국 전력 수요가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한 결과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인도의 총 에너지 수요와 맞먹는 규모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국제 에너지 수요가 7배나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전체 에너지 세계에 역사적인 충격"이라며 "이번 코로나 위기 이후 나타날 에너지 산업은 이전에 있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망은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재택 피신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서서히 완화하면서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IEA는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사업과 영업을 재개할 경우 수요 감소치는 3.8%까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섣부른 경제재개로 2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다면 수요 감소량이 6%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지역별로는 올해 미국에서 9%, 유럽연합(EU)에서 11%까지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IEA의 전망은 이미 가시화했다. 지난 1분기 동안 세계 에너지 수요량은 벌써 전년 동기보다 3.8%나 감소한 상태다. 해당 기간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경제가 상당 부분 마비되면서 에너지 수요량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아울러 IEA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부문 전력 수요 감소 현상에도 주목했다. 올 1분기 동안 공장 등 사업장 운영 중단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약 15% 감소했다고 추측했다.

특히 3월 중순 유럽에서의 전력 수요 둔화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이탈리아의 경우 16%가 줄었으며 프랑스는 15%, 스페인은 10%의 전력 수요가 감소했다.
 

각국의 봉쇄 기간에 따른 에너지 수요 감소 추이.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특히 원유업계의 타격이 크다. 전 세계 원유 수요의 57%가량이 자동차와 항공 등 운송산업에서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사회가 멈춰버리면서 해당 수요가 작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IEA는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9%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19 이전 전 세계의 원유 소비량은 하루 1억 배럴 규모로 일 평균 900만 배럴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월별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각국의 봉쇄령이 절정을 찍은 직후인 4월과 5월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4월과 5월 원유 수요량이 각각 하루 평균 2900만 배럴과 2600만 배럴만큼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2개월간 미국과 유럽의 감소세는 각각 일 평균 1500만 배럴과 1300만 배럴에 달한다.

이 같은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에도 불구하고 산유국들의 공급은 '초 과잉' 상태를 유지하자, 결국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의 거래 만기일(4월 20일)을 앞두고 유가는 -37.63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국제 유가 기준 중 하나인 브렌트유는 가격 붕괴를 버티고 있지만, 향후 WTI 급락세와 동조해 브렌트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전문가들은 '석유시장 자체가 붕괴'하는 사태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국제유가의 여파가 석유산업 내 대규모 폐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비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고, 소규모 산유기업부터 엑손모빌이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같은 글로벌 대기업까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체 기업의 20~30%까지도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도 있었다. 

산유기업을 넘어 정제기업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감산이나 수요 회복으로 원유 업계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그 사이 석유 정제부문에 충격이 밀려들면서 대규모 폐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최대 정유회사인 마라톤 페트롤리엄은 샌프란시스코 공장 가동 중지를 선언하고, 로열더치셸은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세계 각지에서 정유시설 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스티브 쇼여 팩츠글로벌에너지 정유담당 이사는 "5월 중 전 세계 정유시설의 25%가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2020년 전 세계 원유 수요 전망.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송전탑 자료사진.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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