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감정평가. 프롭테크(부동산+기술)만으로 가능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환 기자
입력 2020-04-27 11:1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용희 감정평가사협회 윤리공시실장[사진 = 감정평가사협회]



기술은 사회를 진화시킨다.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혁신을 일으킨다. 부동산 산업도 마찬가지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부동산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기술이 결합한 프롭테크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중개·관리·개발 등 그 분야가 다양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감정평가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자동가치평가모형(Automated Valuation Models)을 활용한 부동산평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프롭테크만으로 부동산 가치를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을까? 필자는 중요한 하나가 빠졌다고 생각한다. 바로 감정평가사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몇몇 스타트업 기업이 자동가치평가모형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돼 금융기관에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공통되게 실거래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겉보기에는 부동산과 기술의 결합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숨겨진 함정이 있다. 바로 빅데이터로 활용되는 실거래가의 결함이다. 대표적인 불완전경쟁시장인 부동산거래시장에서 당사자 간의 여러 정황이 개입된 실거래가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그 결과는 왜곡될 수 있다. 그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고,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자동가치평가모형을 어떻게 활용하고, 전문가는 어떤 역할을 할까. 필자가 방문한 영국과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경우 과세평가는 평가청(VOA, Valuation Office Agency)이 담당한다. 영국 평가청은 대량평가 분야에서는 자동가치평가모형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입력 정보가 부족해 실제 감정평가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영국은 과세평가 이외에 일반 감정평가에서도 자동가치평가모형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자동가치평가모형은 감정평가의 도구로서 역할만 할 뿐, 자격을 갖춘 전문자격자가 감정평가액을 책임지고 결정한다.

영국 감정평가사(RICS 회원)는 자동가치평가모형을 활용하기 위해선 시장 투명성(Market Transparency)이 전제되어야 하고, 결과물 사용의 판단은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전문자격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덜란드의 과세평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으며,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동가치평가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가치평가모형을 사용할 경우는 현장조사를 병행한다. 이는 자동가치평가모형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산출된 결과는 자격을 갖춘 전문자격자의 검토를 거쳐 가격이 최종 결정된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자동가치평가모형에 전문자격자의 역할이 더해진다. 프롭테크와 전문자격자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부동산시장은 대표적인 불완전경쟁시장이다. 불완전경쟁시장에서 과거 자료인 실거래가를 전문가의 검증과정 없이 자동가치평가모형을 활용하여 가격을 구한다면, 시장가치는 왜곡될 수 있다.

감정평가방법 중 거래사례비교법이 있다. 유사한 실거래가와 비교하여 대상 물건의 현황에 맞게 사정보정(事情補正), 시점수정, 가치형성요인 비교 등의 과정을 거쳐 대상 물건의 가액을 평가하는 감정평가방법이다.

특이점은 반드시 사정보정 단계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사정(事情)이 개입된 실거래가를 감정평가사가 적정한 가격수준으로 보정(補正)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은 거래당사자 간의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사정(事情)까지는 고려하지 못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투입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만능이라 해도 결과값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공지능 기술은 영국과 네덜란드 사례에서 보듯이 감정평가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자동가치평가모형이 고도화되더라도 감정평가의 보완재가 될 수는 있어도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기술 발달, 인공지능 변호사 탄생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문분야는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분야 기술 발달은 전문가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전문가와 4차산업 기술이 협업을 이룸으로써 각 분야를 발전시킬 것이다. 감정평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프롭테크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능이 될 수는 없다. 필자는 프롭테크와 전문가의 역할이 결합하여 멋있는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감정평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