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동물의 숲’ 열풍, 과금게임에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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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20-04-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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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더 낸 사람이 이기는 국산 모바일게임과 차별로 집콕 게이머 치유

  • 게임 인기에 플랫폼 '스위치' 중고품도 판매 사이트서 웃돈 거래

  • “경쟁 없는 게임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국내 게임사 무거운 과제

[사진=한국닌텐도 제공]

[데일리동방] 국내 게임사만 누릴 줄 알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효과를 일본 게임이 나눠 받고 있다. 구형 플랫폼을 현역으로 뛰게 하는 콘텐츠의 힘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과금 승부’에 치중한 국내 게임사에 던진 과제가 무겁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동물의 숲)’은 일본에서 3일만에 188만장 넘게 팔렸다. 같은 기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동물의 숲은 게이머가 귀여운 동물들이 모여 사는 무인도로 이주해 섬을 꾸미는 게임이다. 비싼 장비로 쓰러뜨릴 ‘끝판왕’도 엔딩도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콕’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치유와 현실 도피를 위해 즐기고 있다.

플랫폼인 스위치는 2017년 3월 출시 이후 4년차를 맞아 낡아가고 있다. 여기에 출시가 예정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 박스X 때문에 판매량 감소가 예상됐다.

상황은 동물의 숲 출시로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 생산에 차질이 일었으나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중고품 판매 사이트 등지에서 웃돈이 얹어지며 거래중이다. 새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8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일반판 스위치 본체는 36만원, 동물의 숲 소프트웨어는 6만4800원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분기 6만3502대에서 3분기 2만4917대로 뚝 떨어진 판매량이 올해 2분기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 순위 사이트 VGChartz를 보면 1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닌텐도 스위치 세계 판매량은 453만대가 넘는다. 스위치 국내 유통사 대원미디어 주가는 지난달 4000원대를 유지하다 이달 7일 6590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G마켓 사이트 캡쳐]

스위치를 쌩쌩한 현역으로 만든 요인은 하드웨어 개선이 아닌 콘텐츠였다. 해마다 고성능 스마트폰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4년 된 기기의 품귀 현상은 양산형 게임에 매몰된 게임산업에 과제를 던진다.

이 작품의 장점은 남들에게 뒤쳐질까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동물의 숲에 들어서면 남들보다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뽑기형 아이템에 수십만원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마을의 동물들과 대화 하고 농사 짓거나 쉬면 된다. 방치형 게임의 일종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도 경쟁적인 아이템 구매에 매몰된 게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넥슨이 서비스한 ‘야생의 땅: 듀랑고’다.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원시섬에 불시착한 현대인들이 힘을 합쳐 마을을 만드는 내용이다. 과금구조는 능력치 우위 대신 외형 치장 등 심미적 만족에 치중돼 ‘착한 과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 같은 운영 방식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결국 넥슨은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8년 게임을 출시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이었다. 당시 게이머들은 게임 진행 방식과 규모를 볼 때 PC판을 냈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회사는 서비스 종료 후 혼자 오프라인을 즐길 수 있는 PC판을 선물로 남겼다.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이 없는 국내 게임사들은 양산형 과금 방식을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와 회사 운영, 차기작에 필요한 수익성 담보 등 과금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게임기 본체 판매량에 영향을 준다.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의 경쟁적 과금에 쓰일 수 있던 수십만원이 불매운동 대상국인 일본 게임기에 쓰인다는 점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학계에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양산형 게임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게 됐다고 진단한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금이 늘어나던 사태 초기와 달리 장기화에 진입하면서 고과금으로 승부내는 방식에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했다”며 “콘솔 게임사인 닌텐도는 게임이 주는 재미 그 자체를 위한 노하우가 수십년 쌓였고 마침 돈 내고 아이템 사는 데 질린 사람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동물의 숲이 출시됐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사람들은 결국 게임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양산형 게임에 질린 게이머가 돈으로 상대를 이기는 대신 게임성 자체에 집중한 콘솔에 눈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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