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미국 셰일업계 줄도산 시작되나

윤세미 기자입력 : 2020-04-02 15:01
미국 셰일유 생산업체 화이팅, 첫 파산보호 신청 국제유가 반등 조짐 안보여..줄도산 위기감 고조 트럼프 에너지업계 지원 의사...유가전쟁 개입 관심
미국 셰일유 채굴업체 화이팅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화이팅)이 1일(현지시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최근 유가 폭락에 셰일유 생산업체로는 처음으로 백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침체와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 탓에 저유가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셰일유업계의 도미노 파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업계의 연쇄 도산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산업계와 경제 전반에 위기가 전염될 위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이팅은 이날 파산법 11조(챕터 11) 적용을 신청했다. 챕터 11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파산법원의 감독 아래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브래들리 홀리 화이팅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가 폭락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화이팅은 이날 2억6200만 달러어치 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케빈 배어 CKC캐피탈 공동 설립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현재 에너지 업계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막대한 부채를 진 기업들이 순식간에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가 워낙 많은 데다 고금리 정크본드 비율이 높은 미국 셰일업계는 최근 유가폭락으로 급격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셰일유는 생산단가가 배럴당 40~5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는 그보다 훨씬 낮은 2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 반등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중 어느 하나의 사정이 안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곧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도 요원하다. 러시아는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4월부터 당장 증산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사우디는 1일 이미 하루 1200만 배럴 넘는 원유를 생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3월까지는 하루 약 970만 배럴을 생산했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2분기부터는 미국 셰일유업계의 도미노 파산과 대량 해고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의 존 프리맨 애널리스트는 "다른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질 것이다. 현재 수준의 유가에서 기업들은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체서피크에너지, 울트라페트롤리엄, 칼리포니아리소시스를 포함해 미국 에너지업체들은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부채 재조정을 위해 자문을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피치레이팅스는 올해 다수의 셰일유 채굴업체들이 올해 3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정크본드에서 디폴트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디폴트 비율 전망치를 당초 7%에서 17%까지 높인 것이다. 비교하자면 지난해에는 41개 에너지 기업들이 117억 달러 상환을 못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다국적 로펌인 헤인즈앤분은 집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엑손모빌, 셰브론, 옥시덴탈페트롤리엄 등 에너지업계 대표들과 면담하고 업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우리의 위대한 에너지 기업들을 잃을 수 없다"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유가전쟁 개입 의사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 모두와 원유시장 불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수일 안에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며 압박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가 조만간 합의할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사우디는 유가 안정을 위해 협력할 의사가 있지만, 시장 혼란을 야기한 건 러시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귀띔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원유 생산단가가 미국 셰일업계보다 훨씬 낮다. 상대적으로 저유가를 잘 버틸 수 있는 여건인 셈이다. 결국 유가폭락의 최대 피해는 미국 셰일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