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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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IT과학부 부장
입력 2020-03-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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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실리콘밸리의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의 데모데이.

애초 대규모 콘퍼런스홀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데모데이’로 진행해야 했다.

오전 9시부터 열린 데모데이에는 약 1300~1400명이 동시 접속해 시청했다. 25개 스타트업이 화상으로 2분씩 질서정연하게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의 데모데이는 세상을 바꾸겠다 혹은 큰 비즈니스로 일으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창업자와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해 대박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는 벤처캐피털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데모데이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니 그 ‘맛’이 살지 않았다. 창업가의 열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온라인 데모데이는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과는 성격이 달랐다.

이날 온라인 데모데이를 주관한 애런 브루멘설 500스타트업 글로벌 포트폴리오 서비스 디렉터도 “창업자를 실제 만나지 못하고 스타트업에 매일 혁신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500스타트업이나 Y콤비네이터, 스타트X 등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마크 베이오프 세일즈포스 CEO 등을 특별 초대해 스타트업과의 저녁을 주선한다. 선배 창업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모두 실리콘밸리로 몰려든다.

그러나 ‘당분간’ 그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조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고육지책을 냈다. 500스타트업은 유연하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연 2회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했는데, 이제는 상시적으로 스타트업을 받고 투자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주는 새로운, 변화된 현실(New reality)를 깨닫고 재빠르게 변신을 시도한 셈이다.

Y콤비네이터도 그동안 진행하던 ‘스타트업 스쿨’의 온라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Y콤비네이터는 40%가 외국(미국 외)에서 오기 때문에 ‘온라인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정착시킨다면, 역설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Y콤비네이터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려는 것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뿐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큰돈과 함께 마스크, 의료장비 등을 기부하면서 그동안 ‘공룡’ 취급을 받던 이미지를 개선 중이다.

핵심 기술을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에 즉각 이용하고 있으며, 현금이 풍부해서 어려운 시기에도 연구개발(R&D)을 줄이지 않으니 후발 업체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이 어려워져서 우수 인력이 시장에 나오면 즉각 데려올 수도 있다.

미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무제한 돈풀기'도 우량 기업에는 큰 기회다. 이자 비용을 최대한 낮추면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풀린 돈을 레버리지 삼아 빠르게 M&A를 추진해서 시장을 장악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하려 할 것이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그래픽 칩 기업 엔비디아는 애널리스트와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에 M&A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기업들 주가가 급락해서 인수·합병을 노릴 시기라는 것이다.

3분기 이후에는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한 기업의 파산 소식과 M&A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는 조용히 ‘코로나19’ 이후 바뀔 세상에서도 비즈니스를 계속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미국 실리콘밸리) 

 

[손재권 더밀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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