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책연구보고서 中 14% 표절 의심…'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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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강지수 기자
입력 2020-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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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발간한 의원실 보고서 203개 중 14% 표절 가능성↑

  • 입법 및 정책개발비로 매년 83억원…의원 1인당 2779만원

  • '보고서 저자=표절 대상 논문 저자' 경우도…자기표절 논란

  • 정책연구보고서 표절, 학술 논문 아니므로 적용 어렵단 지적도

지난해 국회의원이 발간한 정책연구보고서 중 약 14%가 표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매년 총 83억3700만원(2019년 기준)이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 비용으로 사용된다. 의원들은 연간 의원당 정책개발비 2779만원 한도 내에서 횟수와 상관없이 청구가 가능하다. 의원들은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간담회, 소규모용역 등을 개최·발주하는데 사용한다.

정책연구보고서에 투입된 세금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혈세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국회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원실에서 발간한 정책연구보고서는 총 203개다. 이 가운데 '표절'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판 과학인용색인(SCI)인 한국학술지인용색인 KCI(Korea Citation Index, KCI)의 논문 표절 분석기를 통해 보고서 전수를 조사해본 결과, 표절을 의심받는 학계 내 통상적 기준인 표절률 15%가 넘는 보고서가 28개(13.7%)에 달했다.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이 15%를 넘으면 논문 전체를 일단 표절로 의심하는 것인데, KCI는 학계에서도 논문 표절을 검사할 때 기초 자료로 사용하는 척도 중 하나다.

국회의원들이 낸 보고서 중에는 표절율이 29%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여당의 모 의원이 서 지난해 12월 발간한 ‘행정심판제도 개선방안 연구’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 보고서는 타 논문과 동일한 문장은 73개, 유사 의심 문장은 172개로 나왔다. 특히 해당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 될 수 있는 정책제언 부분에서 동일 문장이 발견됐다.

예컨대, 보고서 36페이지에는 “그렇게 볼 때, 과연 행정심판이 쟁송의 당사자인 처분청에 대해 불복의 가능성을 차단할 만큼 실체적이고 절차적인 사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특히 행정심판의 전심 절차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권리구제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의 불복을 금지함으로써 종국적인 절차로 기능하게 하는 데 대한 법적 근거는 있는지는 의문이며, 그러한 논리적 결과로 인용재결에 대한 피청구인인 행정청의 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 문장은 조성규 전북대학교 교수가 발행한 ‘행정심판 재결의 기속력과 피청구인인 행정청의 불복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인용을 했다는 표시는 찾을 수 없었다. 

국회사무처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지침에 따르면, 연구용역 과정에서 다른 논문 등 자료를 인용한 경우 반드시 인용 출처를 상세히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표절률 15%가 넘는 28개 보고서 중 정책보고서 책임 저자와 표절 대상이 된 논문의 저자가 같은 경우도 4건으로 분석됐다. 한 저자가 앞서 발간한 학술지 내용을 정책연구보고서에 똑같이 썼다는 점에서 '자기표절'과 '예산 낭비'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권의 또다른 의원실에서 지난해 7월 발간한 자료 중에는 표절율이 81%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 보고서는 모 로스쿨 교수가 연구책임자인데 표절률을 검사해본 결과 81%에 달했다. 전체 760개 문장 중 동일 문장이 422개, 유사 의심 문장이 287개로 분석됐다.

확인한 결과 연구책임자가 2달전에 발간한 논문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야권 모 의원실에서 발간한 자료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발간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한-중 경제협력 : 신남방정책 및 신북방정책의 일대일로와의 연계전략 모색’ 보고서는 저자의 8달전 논문과 32%가 동일했다. 

이에 대해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기표절"이라며 "연구 용역을 맡겼으면 그것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을 텐데, 보고서 내용에 대한 검토나 검증을 하지 않았던 의원실의 자질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채 사무처장은 "특별히 연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라면 기존의 자료를 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용역까지 맡겨서 별도의 돈을 쓸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이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다만 표절률이 정책연구보고서의 표절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지만, 이 비율이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해당 자료의 핵심 주장 및 논리 구조의 유사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표절을 얘기할 때 단순히 표절률로만 판단할 순 없고 그 분야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정책 연구의 핵심 내용을 다른 곳에서 베끼고 그 내용이 남의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그게 심각한 표절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책연구보고서가 학술 논문은 아니므로 표절에 관한 학계의 논리로 단순히 판단하기엔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만약 똑같은 학술 가치를 가지는 논문이라면, 그 경우엔 자기 업적을 두 번 발표하는 명백한 자기 표절"이라며 "그러나 정책연구라는 것이 단순히 학술 가치보다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기에 비록 자기가 논문을 한번 냈다고 해도 그것을 표절이라 단언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제21대 4·15 총선 의석수인 300개의 빈 의자를 놓고 '3·28 온라인 민중정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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