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3 低' 노인들..전염병에 그대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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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0-03-2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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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3) COVID-19 감염으로 노인 치사율이 높은 이유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으레 노약자에 대한 주의 경고가 나온다. 특히 이번 COVID-19 유행에서는 어린이보다 노인에 대한 경고가 크게 울리고 있다. 실제로 COVID-19 확진자 중에서 사망률을 보면 중국이나 우리나라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우 노인의 치사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발표되었다. 치사율이 중국의 경우 50대 1.5%, 60대 3.6%, 70대 8%, 80대 14.8%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이보다는 적지만 50대 0.4%, 60대 1.5%, 70대 4.3% 80대 7.2%로 연령증가에 따라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 결과 COVID-19 사망자가 중국에서는 근 80%가 60대 이상의 노인이고, 이탈리아에서는 90%가 70대 이상이라는 것은 전염병에 대한 노인들의 건강상 취약점의 심각성과 관련, 경각심을 강하게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의학적 속성을 정리해서 간략하게 정리하면 전반적인 활동성 감소, 인지능 저하와 면역기능 저하를 거론할 수 있다. 우선 활동성은 신체를 활용하는 활동으로서, 대표적으로는 팔·다리를 사용하여 이동하고 움직이는 제반 활동을 말하며, 이러한 활동성은 개인의 건강상태와 신체적 단련을 위한 노력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노인의 경우 이러한 활동성이 크게 저하되어 있다. 활동성을 증대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신체단련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신체활동을 보조하거나 증강하거나 또는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팔·다리와 같은 근골격계뿐 아니라 시각·청각 등의 감각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생체보조기구들이 개발되고 있고, 근래에는 이동성을 증대해주는 자율무인자동차까지 등장하여 노인의 활동성 저하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지능은 정신적 또는 인지적인 능력인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일반적인 저하를 보여주고 있다. 신경세포의 숫자가 줄어들고 신경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퇴행적 변화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을 저장하거나 회복하고 판단하는 일들이 어려워져 가면서 치매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신경조직의 손상이 회복되지 못하여 파킨슨병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층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큰 의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추진되어 왔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 비록 인지능의 변화가 당장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인지적 결여에 의한 인성의 파괴는 중요한 의료적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를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늙어가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활동성과 인지능의 저하는 생명의 질적 상태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이와 달리 노인의 면역능 저하는 바로 생명의 양적 상태, 즉 수명의 길이를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생사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면역능 저하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온 인플루엔자 독감, 사스(SARS), 메르스(MERS), 그리고 최근의 COVID-19와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대하여 노인 치사율이 높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인간이 늙어 가면서 면역세포의 패턴이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선 병원균을 인지하고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시하는 T면역세포의 변화이다. T면역세포는 새로운 병원균이 등장할 때마다 신선한 T세포가 담당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신선한 T세포를 공급하는 흉선(Thymus)이라는 장기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퇴화가 시작된다. 바로 흉선은 생체에서 가장 빨리 노화되는 장기이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새로운 병원균이 등장하였을 때 이에 대항할 T세포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여 가장 기초적인 면역시스템 가동이 저하되어 있다. 이와 같은 흉선의 기능 회복을 유도하거나 장기 자체를 복원하는 일이 의학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지만 아직 그 성과가 미미하다. 그리고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백신의 투여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백신이 노인에게는 효과가 기대한 만큼 크지 못하다는 사실도 유의하여야 한다. 젊은이의 경우는 백신 효과가 대부분 80~90%에 이르지만, 노인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10~20%를 넘지 못한다. 노인의 백신 효과를 증강하기 위하여서 면역증강제의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아직 뚜렷한 대안이 없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이와 같은 노화에 따른 면역능 저하는 노인들이 전염병에 대하여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고, 사망률을 높이게 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COVID-19 폐렴이 노인의 치사율을 크게 높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노화에 따른 폐기능의 저하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부분 생체 장기 기능이 저하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심하게 기능이 저하되는 장기는 바로 폐이다. 폐는 노화에 따라 섬유화가 진행되어 70대 이후에는 그 기능의 20% 이상이 이미 손상되어 있으며 연령증가에 따라 더욱 심화되어 간다. 폐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약간의 염증만 와도 그 폐해는 연령증가에 따라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수하시는 분들이 자연사하는 경우도 대부분이 바로 폐 기능 저하에 따른 폐렴이 사망의 주 요인이다. 따라서 COVID-19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하여 폐의 손상이 가속되는 폐렴은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면역능 저하와 더불어 폐기능 저하가 추가되어 사망률을 크게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면역능 저하는 바로 전염병에 대한 높은 치사율을 가져오기 때문에, 노인의 경우 전염병의 근원이 되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하여야 하고 위생 관리도 더욱 철저하게 하여야 한다. 더욱 폐 손상을 초래하는 공기오염이 없는 환경이 중요하며, 이를 악화시키는 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일용하는 식단도 면역능을 증진할 수 있는 복합다당체가 많이 함유된 채소와 버섯류 등의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폐기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심폐운동을 평소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수지역이 오염원과의 접촉이 낮은 외진 지역이라든가 청정한 자연식품을 즐길 수 있는 곳이고, 단순한 평지가 아니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지역이라는 점은 이 지역 주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산채를 즐기며 평상시에 심폐운동이 생활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러한 일상의 생활습관이 수명을 보존하고 장수하는 방안임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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