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유튜브 프리미엄'도 못 연 내 지갑, '이 채널'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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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3-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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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산업서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 높아져

  • 주제·상황별 음악 추천해주는 채널들 인기

  • 콘텐츠 홍수 시대 '큐레이션' 중요성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프리미엄은 끝내 내 지갑을 열지 못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7900원만 내면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광고를 택했다.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벤티 사이즈 한 잔 값을 아끼겠다고 영상을 볼 때마다 한 달 내내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수고를 택한 셈이다.

'최신 영상 광고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른바 '정신승리'하며 지갑을 닫고 꾸역꾸역 광고를 봤다. 그런데 철옹성 같던 지갑이 예상 밖의 영역에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광고 건너뛰기' 기능도 아닌, 최근 생겨난 '음악 큐레이션 채널들' 때문이다.

주제·상황별 음악을 제공하는 음악 '큐레이션' 유튜브 채널이 주목받고 있다. 큐레이션은 쉽게 말해 '추천'이라는 뜻으로, 콘텐츠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음악산업 백서'에 따르면 큐레이션은 음악산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온라인을 통해 음악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선택지를 받기 시작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큐레이션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음악 큐레이션 채널로는 △때껄룩 △SEOULPOP △KozyPop 등이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때껄룩' TAKE A LOOK. 26일 오전 기준 구독자는 약 65만 명이다.]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라고 불리는 유튜브에서 이들 채널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음악 맛집'이다. 비결은 '크롭'이다. 크롭은 사진을 자르고 확대하는 등 화면을 재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미 나와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재편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이들 채널은 기존 음악들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겨냥한 주크박스를 만들었다.

음악 목록의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평범한 자취방을 파리 한복판으로 바꿔줄 재즈힙합', '그루브를 타다 거북목이 완치되다' 등 제목 하나만으로 유튜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우리가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흔히 접했던 '실시간 차트 톱 100'과는 대조적이다.

또 유튜브 시청자들이 '음악'을 가지고 댓글 창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 듣는 재미는 물론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듣는 순간 사랑 소설이 저절로 쓰이기 시작'이라는 음악 재생목록의 댓글 창에는 시청자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부터 썸남(호감가는 이성)과의 사연 등이 남겨져 있다. 크롭과 큐레이션의 이점을 살린 유튜브 채널 '때껄룩, TAKE A LOOK'은 채널을 만든 지 약 1년 만에 26일 오전 기준 구독자 약 65만명, 누적 조회수는 4500만회다.

이들 채널로 인해 나는 끝끝내 유튜브 프리미엄에 지갑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유튜브 앱은 다른 앱을 사용하거나 화면을 끄면 영상을 재생할 수 없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스마트폰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은 주로 미술관에서 쓰는 용어다. 하지만 ‘정보·콘텐츠의 홍수 시대’에 최적의 결과물을 선별해 제공하는 큐레이션은 이제 유튜브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결과물인 셈이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나온 '유튜브 콘셉트'는 내 지갑도 열게 한다. 또 어떤 새로운 결과물이 내 지갑을 노리고 있을까. 오늘은 '듣다 보면 집 도착, 퇴근길 순삭'을 들으며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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