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SDI, 한국노총 노조 출범 초읽기…준법위 권고 '노조 확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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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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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 출범이 임박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한국노총 노조가 설립되는 것은 최근 석달 사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한국노총 산하 제4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빠른 속도로 다른 계열사에도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SDI 천안사업장 노조 설립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모처에서 내부 간담회를 개최했다. 준비위는 간담회에서 노조 설립을 위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등 실무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르면 이달 중 설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조합원 가입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 설립되는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단체로 출범한다.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내부 문서에도 "준비위 단계에서부터 한국노총 금속노련(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긴밀히 연락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울산사업장 내에 설립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지회와는 별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노조가 공식 출범하면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있는 삼성 계열사는 6곳으로 늘어난다. 삼성웰스토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 이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제4노조는 기존 3개 노조와 달리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소속으로 출범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삼성화재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잇달아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닻을 올렸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그동안의 무노조 경영 기조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계열사 전반에 노조 설립의 물꼬가 터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으로 전·현직 임원 26명이 유죄 선고를 받은 이후 삼성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입장문에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도 노조 설립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11일 "삼성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표명해달라"고 권고하는 등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삼성 측은 급격한 변화에 내심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계열사들의 임금협상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풀이된다. 예년의 경우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노사협의회가 직원을 대표해 회사 측과 기본급 인상률을 협상했다. 올해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그동안 노조에 대해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해 왔지만 지난해 법원의 부당노동 행위 판단 이후 기존의 경영 기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앞으로 다른 계열사에서 노조 설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민하게 혁신에 대응해야 하는 정보통신(IT) 기반의 사업 성격을 감안할 때, 노조가 지나친 강경 투쟁 노선으로 향할 경우 사내 유연성이 떨어져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새로 출범하는 노조들의 경우 회사와 상생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 서울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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