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이 살 길이다"…美 기업들 자사주 매입도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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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3-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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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자산 분류되던 금 가격마저 하락

  • 기업들 달러 쟁이기에 증시 폭락 악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초강수에도 미국 금융시장의 동요가 멈추지 않고 있다.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수요가 빗발치자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16일(이하 현지시간)에도 10%대의 폭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2.93% 주저앉았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1.98%, 12.32%나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경제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현금화하려는 시도에 위험자산인 증시는 물론 안전자산인 금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는 그동안 감세 정책 덕에 풍부한 현금을 자사주에 써온 기업들의 매수세가 급격히 빠지면서 더욱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요 은행들 자사주 매입 중단···"시장 유동성 확보 지원할 것"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기업들은 줄줄이 자사주 매입을 취소하거나 중단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리조트 기업인 MGM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5일에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월가 8개 은행이 모인 금융서비스포럼(FSF)에서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월가 대형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을 멈춘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개인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사용한다는 취지다. 자사주 매입 금지는 올해 6월 30일까지 지속한다.

거대은행들의 유동성 확보와 대출 지원은 시장 유동성 제공에는 이로운 일이 될 수 있지만, 주가의 추가 하락이라는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15일 지적했다.

실제로 16일 은행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019년 3·4분기 뱅크오브아메리카(76억 달러)를 비롯해 웰스파고 (75억 달러), JP모건 (69억 달러) 등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자사주매입은 주식 수를 감소시켜 주당순이익을 높이고, 주가 상승을 지지하게 된다.

AB 자산운용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연간 자사주 매입은 2019년 무려 7700억 달러에 달한다.

2017년 말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법인세 인하로 현금이 늘어난 기업들은 너도나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결과 2018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금마저 흔들리는 시장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마저 흔들리고 있다. 17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다소 상승했다. 금 4월 인도분의 가격은 지난 16일부터 1500달러대를 밑돌면서 약세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뉴욕증시가 급락하면 위험자산에서 빠진 자금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이제 각 투자 주체들은 현금 쟁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헤레우스 메탈 트레이더인 알렉산더 줌프페는 블룸버그에 "시장은 패닉 상태다"라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것을 바꿔놓지 못했다. 오히려 반대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조차 향후 금 가격 전망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에바 트레이드의 나엠 아슬람 수석애널리스트는 "기존의 규칙들이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안전자산이라는 게 없다. 심지어 금마저도 안전자산이 아니다"라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이런 금융시장의 기현상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셔링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선다"며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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