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곧 호황]③ 기대할 건 '한 방'..."한 주 버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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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3-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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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층 "월급 아껴도 서울에 집 한 채 사면 50대"

  • 은퇴 준비 안 된 노후..."로또 기대감과 재미로 구매"

#. 홍길동 씨는 매주 월요일 출근길할 때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로또 판매점이다. '이번 주에 산 로또가 당첨될까?'라는 기대감에 한 주를 버틴다. '당첨되면 어디에 어떻게 쓰지?'라는 상상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한 주간 각박한 직장 생활을 설렘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부적인 셈이다.

#. 은퇴를 한 전인석(69) 씨는 자식이 준 용돈을 모아 매주 5000원씩 로또를 산다. 그는 "담배 피울 돈으로 로또를 사면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당첨이 되면 생활 자금으로도 쓸 수 있어서 매주 재미 삼아 한다"며 "딱히 즐길거리가 없는데 로또가 낙"이라고 말했다.

65세 이후 노인층은 그동안 해 왔던 경제 활동을 쉬다보니 갑자기 거액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 노후 준비를 잘 해놨으면 그나마 안심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노후 준비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고령층 빈곤율은 43.8%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8%)보다 3배가량 높다. 복지시스템이 탄탄한 유럽뿐 아니라 호주(23.2%), 멕시코(24.7%) 등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로또는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다. 힘들게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이 전국 만 20~64세 경제 생활자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는데 걸리는 기간은 약 20.7년으로 집계됐다. 사회 생활을 28세부터 했다고 가정하면 50세가 다 돼야 서울에 내 집 한 채 얻게 되는 것이다. 기성세대 만큼 젊은 세대가 로또에 기대는 이유다.

서울에서 월세 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석(36) 씨는 "사회 생활 11년차인데 이 넓은 서울에 내 몸 하나 누일 내 집 하나 장만하지 못했다는 게 자괴감이 든다"며 "아껴쓴다고 써도 현재의 급여로는 집 장만은 꿈 같은 이야기일뿐"이라고 토로했다.

부모의 자산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다는 '금수저'와 '흙수저' 이론도 씁쓸함을 안겨준다. 심화한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과거처럼 열심히만 해서 승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로또 같은 '큰 한방'을 바라는 배경이다.

조금이라도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1등이나 2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온 '성지'를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명당으로 알려진 로또 판매점에는 토요일이 되면 수겹으로 된 긴 줄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렇게 고생해서 로또를 구입했는데 당첨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물론 당첨되면 좋지만, 떨어져도 기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로또 구입 금액은 소중한 국민들의 희망이 모여 형성된 총 판매액의 약 41%가 복권기금으로 조성돼 저소득층 주거안정, 장애인 지원, 국가유공자 지원, 소외계층 복지, 재해·재난 지원 등의 나눔 사업에 사용된다.

복권 기금은 판매액뿐 아니라 미수령 당첨금 또한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전액 기금으로 귀속돼 공익사업에 활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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