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현황도 모르고 "투기세력 탓"…깜깜이 대책만 19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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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3-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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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기수요에 대한 핀셋 규제 명분 무색

  • 정부 정책 실효성 검증도 안돼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게 확인되면서, 수요 억제를 골자로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투기수요에 대한 핀셋규제' 명분이 무색해졌다. 

정확한 통계와 그에 대한 적확한 해석은 정책 메이커에겐 필수다. 특히 금융규제란 융단 폭격을 하면서 다주택자의 가수요만 핀셋처럼 골라내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취지가 달성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통계 자료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진다. 

이 같은 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당시에도 확인됐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 23일 취임사에서 당시 주택가격 급등을 다주택자의 투기결과로 규정했다. 특히 5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를 주적으로 내세웠다. 

통계상 2017년 5월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매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급증했다는 게 근거였다.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결과였다. 2017년 5월 강남 4구 총 주택거래량 3997건 중 5가구 이상 다주택자의 거래는 98건이었다.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30건가량만 거래가 증가해도 통계엔 50% 이상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잡히는 상황이었다. 전체 거래건수의 1%도 안 된다. 

당시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 같은 국토부의 통계 해석을 놓고 "정치적 판단"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국토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골자는 대출규제와 보유세 인상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 및 다주택자 매도 유도, 공급 확대다.

이 중에서도 ‘투기수요 억제'는 언제나 첫째 과제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나온 지난 2·20대책의 명칭마저 '투기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일 정도였다.

하지만 9·13대책이나 12·16대책, 2·20대책에서 "투기수요가 가세했다"는 표현만 있을 뿐 다주택자가 확연히 늘었다는 근거는 나온 적이 없다.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데 부동자금이 많고, 갭투자로 보이는 보조금 승계 매수비율이 늘었으며, 불법 증여가 의심되는 '이상거래'가 일부 확인됐다는 등의 간접적인 추정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현황은 현재 파악하기 어렵지만, 정책효과는 집값 동향 등 다른 통계지표로도 가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집값만 보면 2017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10.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울 물가상승률 2.94%와 비교해 3.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집계 특성상 3개월의 시차가 있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의 경우 2017년 5월 ㎡당 평균 788만원에서 지난해 11월 1059만원까지 무려 34.3%나 올랐다.

정책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실효성 검증 단계에서도 통계는 중요하다. 정책의 성패 여부를 정확히 알아야 적확한 후속대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관련한 통계청의 최신 자료마저 2년 전 실태조사인 데다, 내용도 자세하지 않아 국토부의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사진 = 김재환 기자 ]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에서 2채 이상 주택 소유자는 38만9000명으로 2017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국 단위로 보면 총 219만2000명으로 전년 211만9000명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경기도(3만4000명↑)와 경남(8000명↑), 인천·대전(각 4000명↑) 등지의 추이가 반영된 결과다.

같은 기간 5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줄어든 곳은 전국에서 한 곳도 없었고, 오히려 서울과 경기도, 충남, 제주도에서 각 1000명씩 증가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같은 해 6월과 8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에는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매년 11월 기준으로 전년도 통계를 작성하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월 단위로는 집계하지 않아 올해 말에 2019년 통계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난달까지 19차례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주요 규제 대상자인 다주택자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자료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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