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득균 기자의 Make Time] 소비자가 마스크 불량 여부 판단할 기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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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20-03-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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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품귀현상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서민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도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전국의 마스크 판매대가 텅텅 비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런 정세를 틈타 일부 불량 제품들이 시중에 판매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일반 마스크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내용을 허위로 표시해 판매했다는 소식이 기자에게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 마스크 불량 필터를 납품하는 중개상들이 활개를 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칠곡에선 불량 마스크 안면부를 들여와 끈만 달아 판매하려던 업체가 지난 10일 경찰에 적발됐다. 원칙적으로는 폐기물 처리업체에 넘겨서 파쇄하거나 태워야 할 마스크를 시중에 유통하려 한 것이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가 긴급 조치로 마스크 인허가 규제를 완화한 영향도 있다. 경찰이 불량 마스크를 회수하고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워낙 거세다 보니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직접 마스크 불량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없는 것일까.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약사법에 따라 밀봉 포장이 돼 있어야 하고 제조번호도 반드시 표시돼야 한다. 특히 낱장 구매가 불가능하고 20~100개 단위 묶음으로 불법 판매되는 일명 '벌크 마스크'는 엄연히 불법이다. 이런 제품들은 사용기한을 속이거나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마스크일지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식약처로부터 인증받은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체에서는 '벌크' 형태로 제품을 출고하지 않는다.

불량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개별단위로 등급(KF80, KF94, KF99)이 표시된 밀봉 제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식약처에서 성능을 검증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KF(Korea Filter) 등급을 부여한다. 일정 이상의 차단 성능을 갖춰야 KF 등급을 받는다.

마스크에 적힌 숫자는 그 만큼 오염 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 예컨대 KF80 등급 보건용 마스크는 0.6㎛ 크기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 등급 마스크는 0.4㎛ 크기 미세입자를 94% 차단한다. 불량 필터의 오염 물질 차단율은 2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다. 크게 보면 마스크를 쓰나 안 쓰나 별반 차이 없다는 얘기다.

마스크의 불량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시험 장비를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았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사장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100여 곳 가운데 필터 시험 장비가 있는 업체는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부족한 장비 수량과 공장 가동률을 비례한 만큼 불량 마스크도 쉽게 유통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를 풀기 시작했지만 현장 곳곳에선 마스크를 사려다 허탕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적 재난을 악용해 불량 마스크 판매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세력에게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해져야 할 것이다.  
 

조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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