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사우디와 러시아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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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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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치킨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치킨게임이란 쉽게 말해 겁쟁이를 가르는 게임입니다. 한쪽의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극단적인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죠.

원유시장에 처음 폭탄을 던진 건 러시아였습니다. 수요 침체로 인해 추락하는 국제유가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함께 공급을 줄여보자는 사우디의 제안을 거절한 겁니다.

그러자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는 유가전쟁 선포로 맞대응했습니다.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고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를 확 끌어내렸습니다. 

이 충격에 국제유가는 9일 하루에만 25% 넘게 떨어지면서 1991년 걸프전 이후 약 30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대체 사우디와 러시아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주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Q. 사우디와 러시아는 어떤 관계죠?

A. 러시아와 사우디가 산유국으로서 본격 연대하기 시작한 건 2016년입니다. 러시아가 9개 다른 산유국과 함께 사우디 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연대를 선언, OPEC+(플러스)를 결성하면서입니다.

OPEC+는 세계에서 가장 긴요한 원자재 중 하나인 원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카르텔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이후 OPEC+는 국제유가가 미끄러질 때마다 감산합의와 합의연장으로 유가를 지지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6일 OPEC+ 정례회의에서 사우디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줄어드니 공급을 줄여 유가를 지지해보자는 사우디의 제안을 물린 겁니다.

사우디는 OPEC+ 정례회의가 끝난 지 몇 시간만에 보복성 유가전쟁을 선포합니다.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는 20년 만에 정유사들에게 통보하는 공식 가격을 대폭 끌어내리고, 현재 하루 970만 배럴 수준인 생산량을 100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비협조적인 러시아에 심한 타격을 입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려는 목적이, 다른 한편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패권을 위협해 온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켜보자는 목적이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해석입니다.

Q. 러시아는 왜 감산을 거절했죠?

A. 물론 러시아가 산유량을 더는 줄이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산유량을 줄이면 원유 수출을 통해 얻는 수입이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러시아가 미국에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까지 곧장 실어나르는 대규모 가스관 구축 사업에 제재를 부과하면서 이 사업을 결국 중단시켜버렸거든요. 러시아는 당시 미국이 유럽에 에너지를 팔기 위해 러시아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러시아가 미국에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감산에 반대함으로써 저유가를 초래해 트럼프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셰일산업에 치명타를 날리고 싶어했다는 해석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연합뉴스]


Q. 사우디와 러시아 중 누가 더 손해인가요?

A. 단기적으로는 러시아가 저유가를 버티기 좋은 환경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요구되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42달러에 불과합니다. 또 러시아가 경기 악화 때 끌어다 쓸 수 있는 예비 재정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사우디의 경우 워낙 재정에서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제유가 수준이 러시아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배럴당 83.8달러라고 합니다. 사우디가 탈석유 경제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사우디 역시 비상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우디는 경제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외환 보유고가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결국 이들의 유가전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미국 셰일산업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 셰일유는 시추작업이 어려워 생산단가가 사우디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에너지 업체들은 저금리 환경에서 빚을 엄청나게 많이 졌기 때문에 유가 폭락으로 손실을 입고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다른 나라들은 괜찮을까요?

싸움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하지만 그 파장은 국경을 뛰어넘습니다. 미국 제재와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베네수엘라와 이란 역시 원유 수출로 연명하는 국가들입니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재정이 파탄날 위험이 큰 셈이지요.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은 저유가에 웃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모든 경제는 조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구멍이 나기 시작하면 위기가 순식간에 전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유 업계에 도산이 잇따르고 신용시장이 공포에 휩싸이고 세계 산유국들 경제가 휘청거리면 코로나19로 절름발이 신세인 중국 경제도 추가 파장을 피하긴 힘들 것입니다. 
 

블라디미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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