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新조정지역 수원·안양·의왕..."'메가트리아 도대체 어디냐" 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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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김재환 기자
입력 2020-02-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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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대상지역 신규지정은 고분양가, 교통호재, 투기조장세력 합작한 결과"

  • "집값 떠받치고 있는 건 집주인 아니라 전세 세입자...전세자금대출, 전세가율 규제 없이 집값 안 잡혀"

  • "매수자, 가격 급등세에 지켜보기...집주인은 외려 호가 올려"

경기 안양 만안구 '메가트리아' 일대[사진 = 윤지은 기자]

"'메가트리아'가 도대체 어디인데 가격이 그렇게 오르냐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내부에서는 워낙 침체돼 있던 차에 거래가 조금 이뤄졌다고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말이 되느냔 불만도 많죠." (안양시 만안구 황금부동산 관계자)

"매수자들은 지금 시세에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는데, 매도자들은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해 호가를 높이고 있어요. 현재 거래는 끊긴 상탭니다." (박용배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25일 찾은 新조정지역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지 분위기는 대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 으레 그렇듯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기색이 짙었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감염증의 영향도 컸다. 대다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수세가 다소 주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세를 교란하는 투기수요·전셋값 담합 등이 집값 급등세의 근본적인 원인인 만큼 이번 '2·20 부동산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수원 장안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값 폭등->조정대상지역 신규 지정으로 이어진 이번 상황에 대해 인근 신규 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 신분당선 연장선 등 교통호재, 투기조장세력이 합작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수원SK스카이뷰' 인근 'SK선경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장안구 집값이 뛴 건 '화서역 파크푸르지오'가 고분양가에 나온 데다, 신분당선 연장선 덕에 호매실과 영통구 등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변 집값이 뛰는데, 우리라고 안 뜰 게 뭐냐는 것"이라며 "집주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거라 기대해, 매수자들이 와도 안 팔겠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수원SK스카이뷰 전용면적 84㎡는 2018년 8월경까지 3억8000만~3억900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다, 같은 해 12월이 되자 4억30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이듬해 12월엔 4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5억3000만원으로, 화서역 푸르지오 분양가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2018년 5월 분양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분양가가 5억~5억5000만원이었다.

더 큰 요인은 투기조장세력이라는 전언이다.

'SK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수·용·성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소위 유튜버나 일타 강사라는 사람들이 수원을 찍었다. 호매실이나 영통, 의왕 등을 보다가 저평가된 장안구로 온 거다"며 "한두 사람만 투자수요로 들어와도 가격 앞자리가 바뀌는 건 우스운 일이다. 투자자들은 인터넷에 호재가 있다는 둥 '카더라'를 공유하며 투기를 조장하고 가격을 또 올린다"고 말했다.

안양 만안구도 유사한 상황이 감지됐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가 올랐던 건 '행정타운역'이 예타를 통과했다는 가짜뉴스 때문이다. 풍선효과도 물론 있었지만 이게 더 컸다"며 "팔았던 사람이 판 가격보다 비싸게 되사는 현상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지난해 10월 15일, 행정타운역의 사전타당성 재조사에 착수한다는 공문을 올렸다. 사전타당성 재조사는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전 단계인 사전타당성 조사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지만, 일부 투자수요는 '예타 통과' 뉴스를 굳게 믿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 모씨는 "지금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건 집주인들이 아니라 전세 세입자들이다. 집 사는 사람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고 소위 '전셋값 담합'을 통해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도록 만든다"며 "전세자금대출, 전세가율 규제 없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낮추는 것만으론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번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외려 반기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있었다.

황금부동산 관계자는 "아직까진 2·20 부동산 대책의 여파를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메가트리아'가 도대체 어디인데 가격이 그렇게 오르냐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다. 만안구가 워낙 침체돼 있던 터라 거래가 조금 이뤄졌다고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말이 되느냔 불만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 사려는 분들이 조금 주춤하는 기색은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를 수도 있을 듯하다"며 "조정대상지역 지정이라는 게 오를 지역을 정부가 찍어준 셈 아니냐. 인근 동안구도 조정대상지역이지만 그간 거래가 안 되고 가격이 안 오른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학습효과'도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기에 따라서는 일시적 가격하락이 포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황금부동산 관계자는 "동안구에 분양권 1개, 여기에 분양권 1개를 가진 분들은 동안구에 입주하게 되면 여기 분양권을 1년 안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엔 급매를 출회하지 않을까 싶다"며 "내년 안양시·과천시·의왕시에서 입주 8000가구가 넘는다는 점도 일시적 가격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의왕은 수원과 마찬가지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구축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박용배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 하나가 의왕 시세를 다 띄웠다. 주변에 공급이 없던 차에 인덕원선 호재까지 난 결과"라며 "매수자들은 지금 시세에는 들어오지 않으려고 하는데, 매도자들은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해 호가 높이는 중이다. 현재 거래는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는 역세권 아파트 12개 단지 중 유일한 신축이다. 2017년 3월 5억5800만원에서 2018년 2월 6억원까지 거래되던 전용 84㎡ 분양권은 2019년 2월 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2018년 3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계획이 확정 고시된 영향이 컸다. 2019년 11월 입주 시점에는 10억원대, 2020년 2월 9일 11억9000만원을 찍었다.
 

경기 수원 장안구 '수원SK스카이뷰'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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