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획]​“인천엔 여성 국회의원이 한번도 없었다…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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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2-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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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대전·울산·충북·제주 등 5개 광역단체…여성 당선자 ‘0’

  • 주요 정당 지역구 여성 공천 30%라지만…제도적 개선 필요

  • 여성 불모지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뛰는 그들

1975년 현재의 국회의사당이 준공되기 전 의회 건물로 사용됐던 서울시의회엔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 여성의 정치 활동이 터부시되던 때라 여성 의원의 수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2·4·5·6·7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 박순천 전 의원은 이 때문에 방광염을 앓기도 했다고 한다.

제헌국회 이후로 72년, 세월이 훌쩍 지나 여성 국회의원이 50명을 넘어서는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 여성의 입지는 좁다. 국민들은 여성 의원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16개 광역자치단체(세종 제외) 가운데 여성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곳은 무려 5곳에 이른다. 72년 간 20차례의 총선을 치렀지만 단 한 번도 여성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는 말이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정회 등에 따르면 단 한 번도 여성 후보자가 당선된 적이 없는 광역단체는 인천·대전·울산·충북·제주 등 5개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이들 5개 광역단체의 의석수는 모두 37개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0회는 아니라지만 서울(44회), 경기(21회)를 제외한 다른 광역단체에선 모두 여성 후보가 당선된 적이 5회를 밑돈다. 강원은 4대 총선, 전남은 9대 총선 이후로 단 한 번도 여성 당선자가 나온 적이 없다. 부산·충남·경남이 2회, 광주가 3회, 대구·경북이 각각 4회, 전북이 5회다.
 

역대 지역구 여성후보자 당선 현황[표=김도형 기자]

◆ 제도적 개선이 먼저…사회·문화적 분위기 따르게 해야

여성 지역구 당선자가 현저히 적은 이유는 여성 후보를 기피하는 사회·문화적 구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정당이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여성 예비후보 공천을 하지 않으면서 이런 경향성은 더욱 강화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정당이 여성 공천을 잘 하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성 공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며 “보편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저절로 바뀌기는 어려우며, 정치권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유럽에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그리스 다음으로 저조한 국가가 프랑스였다”며 “빠리떼(동수)법을 실시하면서 분위기가 개선이 됐다”고 말했다.

빠리떼법(La Parité)은 거대정당의 남녀동수공천을 의무화 하는 내용으로 지난 2000년 통과됐다. 2017년 프랑스 총선에서는 577명의 당선자 중 여성이 223명을 차지, 여성 의원의 비율은 38.6%를 기록했다. 신 교수는 “국민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는 것은 굉장히 힘든 얘기”라며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에만 남녀동수 추천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역구 후보자 공천에 대해선 특별한 의무 규정이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은 당 강령과 당헌당규에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당 강령에 ‘국가의 모든 정책과 예산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고 모든 분야에 대한 여성의 진출을 확대하여 대표성을 제고한다’고 명시해두고, 당헌으로 ‘공직선거의 지역구 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당헌・당규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여성을 100분의 30 이상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 또한 당헌에 ‘각종 선거(지역구)의 후보자 추천시 여성을 30%로 하도록 한다’고 적시해뒀다.

민주당의 경우 전략공천지역 15개를 제외한 238개 지역구 중에 여성 예비후보자가 공천을 신청한 지역구는 57개다. 여성 예비후보자들이 모두 공천된다고 해도 30%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당의 경우 보수통합 등의 이유로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기 때문에 구체적인 여성 신청자들의 수치가 나오진 않았지만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 홍미영·신보라·이정미, 인천 ‘최초의 여성 의원’ 될까?

어려운 상황이지만 각 광역단체에서 ‘최초의 여성 당선자’가 되기 위해 뛰고 있는 후보들이 있다.

‘여성 당선자 0명’이라는 오명을 가장 먼저 씻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인천이다. 먼저 인천 부평갑이다. 이곳에서는 재선 부평구청장을 지낸 홍미영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당내 경선 상대는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이다.

홍 전 의원의 경우 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재선 구청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가정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만큼 지역구 인지도가 높다. 이 전 의장이 권리당원 명부 조회 문제로 징계, 경선 감점을 받게 돼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이곳의 현역 의원은 정유섭 한국당 의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상대후보에게 23표차로 신승을 거둔 만큼 홍 전 의원이 본선에서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신보라 한국당·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있다. 신 의원은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이 3선을 한 미추홀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한국당이 다소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되지만,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 당내 경선 통과가 급선무다.

이 의원은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연수을에 출마한다. 이곳에선 민 의원과 민주당 소속 정일영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민주당 영입인재인 ‘태호엄마’ 이소현씨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이 의원은 정의당 대표를 지내 인지도가 높은데다 지난 2017년부터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남영희(미추홀을) 민주당 예비후보, 박소영(연수을) 민주당 예비후보, 이행숙(서을) 한국당 예비후보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전은 7개 지역구 가운데 동구와 중구, 유성을에 여성 후보 5명이 등록했다. 동구에는 대전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경수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중구엔 조재철·김혜승 한국당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유성을엔 김종남 민주당 예비후보와 대전시의원 출신의 김소연 한국당 예비후보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울산과 충북·제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여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울산은 6개 지역구 가운데 북구에만 김도현 평화당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충북은 8개 지역구 가운데 주요 정당 여성 후보는 김양희 한국당 예비후보(청주흥덕) 뿐이다. 제주는 3개 지역구 가운데 제주을에만 강승연·김효 한국당 예비후보가 나설 예정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0 총선 승리를 위한 여성당당 선포식'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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