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공소장, 오류 투성이"... 변호인들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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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2-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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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소장이 아니라 성명서" 직격탄... 여론조사 결과 대표적 오류로 지적받아

  • "4번의 여론조사 중 진건 딱 한번, 그 중 가장 나쁘게 나온 지역 골라 인용" 분개


앞서 동아일보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공소장 전문을 공개하면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여과없이 공개했다. 송철호 현 시장의 당선은 청와대의 개입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백 전 비서관과 한 전 비서관, 박형철 전 검사 등 13명에 달한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거짓말과 추측, 예단으로 공소장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범죄가 되지 않는 것까지 우격다짐으로 기소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김기현이 여론조사에서 앞섰다? 당선이 유력했다??
 
   “2018년 2월 3일(한국갤럽 여론조사) 김기현 40%, 송철호 19.3%였던 후보자 지지율이 2018년 3월 16일 울산시장 비서실 등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인 2018년 4월17일(리얼미터 여론조사) 김기현 29.1%, 송철호 41.6%로 역전되었고, 결국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선거에서 피고인 송철호는 울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김기현 울산시장은 낙선하였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내용이다. 쉽게 설명해,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고 지지율이 높던' 김 전 시장의 재선이 유력했는데, 청와대가 송철호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하명수사를 하고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탈락 발표' 등 선거에 개입하는 바람에 여론이 뒤바뀌었고 결국 낙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심의위, 나무위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5월 중순 후보 확정 전까지 울산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4회, 이 가운데 김기현 시장이 우세한 것으로 나온 것은 단 한 차례다. 바로 검찰이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2월 2일~3일)이다.

그러나 검찰이 공소장에 인용한 수치는 거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 심의위 자료에 따르면 당시 김기현 전 시장의 지지율(울산전체)은 37.2%, 송철호 현시장은 21.6%였다. 공소장에 나와 있는 숫자는 '울산 울주군'만의 결과로 송 시장은 가장 불리하고 김 전 시장은 가장 유리한 곳이다.

그나마 민주당 측 여론조사 대상은 3명, 자유한국당 측은 1명이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당시 조사에서 갤럽은 송 시장 외 임동호 민주당 지역위원장, 심규명 변호사 등 민주당 측 인사 3명을 포함시켰지만 반면 자유한국당 후보로는 김 전 시장만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민주당 측 예비후보 3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32.5%까지 올라간다. 김 전 시장과는 5% 이내의 접전이 되는 셈. 게다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48.3%에 달한 반면 찬성은 4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나마 김 전 시장의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이 때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갤럽 여론조사 보다 2달 먼저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2017년 12월 27일)의 양자대결 결과를 보면 송철호 48.1%, 김기현 40.4%로, 오차범위 밖에서 송 시장이 우세를 보였다.

이후 조사에서도 송 시장은 지지율 격차를 넓히며 여유롭게 선거전을 치렀다.

법조계에서는 "4번의 여론조사 중 딱 한번 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그 조사결과만 인용하고, 그나마 가장 나쁘게 나온 지역 수치를 뽑아 썼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 송철호 시장은 당내 기반이 없었다?

       "송철호 후보가 외부인지도는 임동호 후보보다 앞섰지만 수차례 당적을 바꾸고 오랜 기간 당적을 보유하지 않아 당내 경선을 통한 공천이 용이하지 않고 본선 경쟁력도 약화될 우려가 있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송 후보자가 당내 입지가 약했기 때문에 임 후보자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을 제안하고 당내 경선에 나서지 않게 하는 등의 선거 전략을 수립했다고 보고 있다.

송철호 시장은 1992년부터 9차례 출마해 9번째에 울산시장에 당선된다. 당시 지역 보도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변호하며 '울산의 노무현'으로 불리는 등 이름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임 후보자에 비해 송 후보자의 지지율이 네배 가까이나 차이가 나는 등 큰 폭으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관계자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임 후보와 송 시장의 대결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어림잡아 5차례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임 후보가 송 후보를 이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또 김·송 양자간 대결에선 송 후보자가 김 전 시장의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었다.

당내 지지기반 여부와 상관없이 대중적 지지도와 인지도에서 송 후보는 이미 당내외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 산재모(母)병원 예비타당성 검토 탈락… 선거일 임박발표?

검찰은 산재모병원이 김기현 전 시장의 공약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일부러 질질 끌다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했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산재모병원은 2012년 후보시절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다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위해 마지못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한다. 때맞춰 김 전 시장은 산재모병원을 자신의 공약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또다시 4년을 질질 끌게 된다. 그러는 사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했고 사업은 공중분해 수순에 들어선다. 

애시당초 사업성이 낮아 추진될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2014년 1월 착수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용 대비 편익을 낮게 평가했다.

실제로 예비타당성 결과 B/C(경제성 평가)는 0.73, AHP(종합성 평가)는 0.304였다. 비용대비 이익을 나타내는 B/C의 경우, 통상 1.0 이상일 경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AHP는 수익성뿐 아니라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지표다. 0.5 이상이 되면 B/C가 1.0 이하가 되더라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산재모병원의 경우 이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

검찰도 사실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공소장을 보면 '편익 평가가 낮아 사업성이 없다'고 인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결론부에 가서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6·13 선거를 2주 앞둔 2018년 5월 결과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스스로 앞뒤를 맞추지 못하는 셈이다. 

한편 기재부는 “(산재모병원 건립사업은) 2013년 11월 예비타당성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고용노동부와 울산시가 4차례나 사업계획을 변경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KDI가 최종 예타 결과를 기재부에 통보한 것은 2018년 5월 23일이고, 이틀 후인 25일 해당 결과를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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