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군대 vs 숙대, 여성 꿈꾼 트랜스젠더의 공통점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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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02-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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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희수 전 하사·숙대 입학 포기녀... 법적으로 완벽한 여성

  • 남성 입대 vs 여성 입학... 격려와 지지의 온도차와 형평성

성전환 수술 이후 육군에서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와 성별 정정까지 마친 성전환자(트랜스젠더) A씨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혐오'와 '배제' 문제를 넘어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두 트랜스젠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려한다.  

◆[同]법적으로 완벽한 여성

변희수 전 육군 하사와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A씨는 법적으로는 완벽한 여성이다.

10일 청주지방법원은 변희수 전 하사의 성별정정신청을 받아들였다.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 꾸준히 치료와 군 생활을 병행한 점 등이 고려돼 내려진 결정이다.

숙명여대 법과대학에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A씨는 이미 지난해 성전환 수술 후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 받았다.

성별정정신청은 성별 정체성에 맞는 외모와 사회생활 속에서 남에게 인식되는 성별에 무관하게 법적 지정 성별만을 잣대로 온갖 불편과 수모를 감내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트랜스젠더들이 법적 지정 성별을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성별로 바꾸는 법적 행위와 절차를 말한다.

대법원은 지난 1996년과 2006년, 2009년, 2011년에, 하급심 법원은 2013년과 2017년에 성전환자에 대한 유의미한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은 시대에 따라 트랜스젠더에게 포용적으로 바뀌었다. 2017년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성기 제거 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까지 허가했다.

◆[同]육군과 숙대 "규정 대로"

육군은 지난달 22일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관계 법령에 따라 전역을 결정했다. 군인사법 제37조 1항 1호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각군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희수 전 하사에게 적용된 심신장애 이유 역시 군인사법 시행령 제48조에 근거했다. 다만 육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심사 연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숙명여대 역시 규정대로 A씨 입학을 허락했다. A씨는 숙명여대 법학과 입학을 위한 시험 성적과 절차적 조건을 갖춰 최종 합격했다. 숙명여대 규정상 트랜스젠더 입학 금지나 제한은 없다. 본인이 숙명여대에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밝힐 의무도, 숙명여대가 이 같은 사실을 강제로 확인할 권리도 없다.

◆[異]'우리가' vs '당신이' 격려와 지지의 주체

숙명여대를 포기한 A씨는 숙명여대 '내부' 격려와 지지를 받고 있다.

숙명여대 동문 일동은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 이름으로 환대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온라인에선 A씨의 숙대 입학을 격려하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졌다.

A씨가 입학을 포기하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내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어 괴롭다"는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숙명, 이화, 성신, 서울여대 등의 페미니즘 동아리가 모인 여대단체연합이 지난 7일 성별변경 남성의 입학 포기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자 '급진 페미니스트 여대생, 성소수자 혐오만 키웠다'는 칼럼을 낸 서울신문 등 여러 신문이 지면을 통해 래디컬 페미니즘의 '지배 선망'을 비판했다.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외부' 단체들이 대부분이지, 내부 지지는 미약하다.

지난달 22일 변희수 전 하사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기자회견 이후 해당 부대 대대장과 주임원사가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육군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여군 소수가 익명을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 인식이 변하는 만큼 군도 받아들여야 한다", "성전환 수술을 끝냈고 속에 있는 자아도 여자와 다름없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숙명여대와 같이 군 내부에서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공개적 지지 성명이나 격려의 목소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異]남성 입대 vs 여성 입학... 형평의 문제

격려와 응원의 주체가 다른 배경에 외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군대의 특성이 있다. 그러나 형평성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여군 복무를 희망하는 변희수 전 하사는 여성으로 남들과 똑같은 전형 절차를 거치고도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한 A씨와 달리 남성으로 입대했다.

여군 입대는 남군에 비해 벽이 높다. 선발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과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인기 병과는 선발 경쟁률이 50대1이 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여군들 사이에서조차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사람이 경쟁이 더 치열한 특별전형으로 전향하려는 모습 아니냐", "입대할 때 결정되는 병과를 자기가 바꾸고 싶다고 바꿔 근무할 수는 없다. 여군으로 재입대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희수 전 하사는 국방부에 곧 인사소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성별정정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을 남성으로 규정해 심신장애로 전역시킨 것이 부당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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