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한국의 러스트벨트... 안인선을 이겨야 총선에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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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입력 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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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 대선을 되짚어보면 인천에서 승리한 후보가 예외 없이 승리했다. 총선의 경우에도 인천에서 선전한 정당이 승리하거나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것이 하나의 법칙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은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표준 선거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20대 총선 기준으로 13석 규모의 작은 싸움이지만 이번 4·15 총선에서도 인천을 두고 벌이는 선거 전략이 중요한 까닭이다. 인천은 120년 전 처음으로 개항을 통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한국의 신도시이다. 1960년대 동남임해공단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이전, 인천은 서양인들이 쏟아져 들어오며 서울과 함께 공업의 중심이었다. 그 때문에 인천 하면 울산과 함께 자동차도시, 전통 제조업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안산은 1990년대 들어서며 개발된 신도시다. 1988년 반월공단이 지방공단으로 지정된 후 자동차부품 및 공작기계공장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수도권 중소제조업의 메카가 되었다. 13대 총선 당시만 해도 안산·옹진군을 합쳐서 겨우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만들 정도로 인구가 작았으나 이제는 4개 선거구, 65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전통 제조업의 핵심 기반인 인천과 안산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러스트벨트 현상이다. (註 / 자동차산업의 중심 디트로이트, 철강업의 메카 피츠버그, 국제 기계전시장 밀워키가 속한 3개 주는 1870년대 이후 제조업이 호황을 누렸으나 20세기 후반부터 자동차산업 등이 파산하며 쇠락한 공업지대로 변했다. 공장설비에 녹이 슬었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이다. 샤이 트럼프는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두루두루 나타났다. 첫째 지역으로는 이른바 러스트벨트 3개 주의 반란이라고 부른다. 전체 득표수를 무시하고 주별 선거인단 전체를 승자가 독식하는 미국형 간선제 대통령선거는 비록 전국 득표율이 낮아도 백악관 주인으로 입성할 수 있는 독특한 셈법이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까지 포함해 벌써 다섯 번째 미국 대통령을 이 방식으로 배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도 펜실베이니아는 오하이오 및 플로리다와 함께 전통적인 3대 경합 주(swing state)이고, 미시간과 위스콘신은 사실상 민주당이 우세하다며 청색 주(blue state)로 분류를 해왔다. 따라서 2016년 대선 때도 4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이곳만 잘 지켰어도 오히려 힐러리는 273명 대 258명으로 여유 있게 미국 첫 여성대통령 겸 첫 부부대통령 등 2관왕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역대 선거데이터를 살펴보면 위스콘신은 1984년,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1988년 대선 이후 공화당이 각각 32년과 28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하였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트럼프는 러스트벨트 3개 주와 전통 경합 주 2곳(오하이오, 플로리다) 모두 상대방으로부터 빼앗아왔으나 힐러리는 공화당 우세 주를 단 한 곳도 빼앗아오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 유명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경합 주로 분류한 11곳 대부분에서 힐러리는 크게 밀리며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즉 이들 경합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은 146명으로 전체 선거인단 대비 4분의 1이 넘는 큰 비중이었으나 그 가운데 트럼프가 114명, 힐러리는 32명을 각각 나누어 가졌다. 두 후보 사이 격차는 이곳에서만 자그마치 82명이며 이는 고스란히 최종 격차(77명)로까지 이어진다. 특히 힐러리는 전국적으로는 286만여 표를 승리했으나 이 11곳 경합 주에서만큼은 오히려 약58만표가량을 패배한다. 그 결과는 바로 힐러리가 전국 득표율을 2.1% 앞서고도 선거인단에서는 일방적으로 패배를 당한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러스트벨트 3개 주의 트럼프-힐러리 간 득표율 격차는 미시간(0.23%), 펜실베이니아(0.72%), 위스콘신(0.77%) 등 각각 1% 미만이다. 3개 주 평균 역시 47.74% 대 47.18%로 진땀 흐르는 0.56%이다. 득표수 차이도 총 7만 7천표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시간은 1만7백표 때문에 16명 선거인단을 몽땅 빼앗긴 힐러리로서는 뼈아픈 일이었으나 트럼프는 철저한 선거 전략의 승리였다. 즉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마약범의 밀입국을 막겠다”고 함으로써 상대방과 주류 사회가 비난했지만 이는 철저하게 먹혔다.


 

 

 


2016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확한 예측을 해낸 언론사는 IBD(Investor’s Business Daily)이다. 우리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두드러진 실력을 보이고 있다. 1984년 투자전문 사이트로 출발해 현재 고정회원 1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유력 투자정보 전문매체이며, 연간 400만명 이상이 방문 중이다. 투자전문매체답게 자체 확보 패널과 고유의 분석방법을 결합한다. 특히 다양한 경제적 요소를 반영해 여론조사 인터뷰를 진행한 후 투표에 참여할 유권자와 참여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해낸다. 그래서 IBD는 이민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후보가 포퓰리스트로서 2016년 대선에 참여하는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일자리와 국가 간 불공정한 무역거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중산층과 서민들이 좌절을 맛본다고 분석하였다. 이민문제 역시 5개월 전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의 유권자 사이에 또 ​​다른 중요한 공통 관심사라고 측정하였다. 그런데 기존 조사기관은 이러한 새로운 유권자 모델을 경시했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올 확률을 낮게 측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데이터로 나타난 트럼프의 당선비결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는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백인, 남성, 고령층 등을 최대한 수성하였다. 그런 다음 부동층 공략에 나서서 고학력층, 여성, 저소득층, 젊은 층, 흑인 등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ABC뉴스 등 6개 언론사가 2004년부터 실시해온 전국 합동출구조사를 보면, 2016년 대선은 공화당이 부유한 백인 유권자보다 저소득 백인 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최초의 기록이다. 흑인층 역시 오바마 집권 시기 민주당의 몰표가 쏟아진 표밭이었으나, 그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정하게 성공했다. 그래서 흑인만 해도 오바마와 롬니가 대결한 2012년보다 그 격차를 7%나 줄였다. 2016년 대선 승부를 가른 건 사실 학력별 승부에서이다. 출구조사에서 대졸이상 유권자는 힐러리를 트럼프보다 9%, 대졸미만은 8%를 더 지지했다. 이 격차는 1980년 이래 출구조사에서 대졸이상과 대졸미만을 막론하고 가장 큰 것이다. 예를 들어 오바마가 압승한 2008년에는 거의 격차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 당일까지 대부분의 데이터선거분석가들이 발표한 힐러리의 당선확률은 70~99%, 무려 평균 90%까지 예측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출구조사를 보면 대학미만 학력을 가진 백인은 트럼프를 압도적(66% 대 29%)으로 지지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보면 힐러리가 마땅히 우위를 점해야 할 대졸이상 백인에게서도 트럼프가 우세(48% 대 45%)를 보여 1980년 이후 이 계층에서 가장 큰 격차를 냈다. 트럼프는 또한 대졸이상 백인여성 유권자의 경우 여성을 비하한다는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격차(44% 대 51%)가 생각보다 작았다. 이어서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항상 강세를 보여 온 근로연령층(45~64세)에서 트럼프가 우위를 보이고, 중산층에 해당하는 5만~10만$ 미만 소득층 역시 우세(49% 대 46%)를 나타낸 것도 러스트벨트와 주요 경합 주 공략의 무기로 작용하였다. 이처럼 미국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교훈은 러스트벨트 3대주를 비롯해 주요 경합주 11개 주에서 승리해야 대선도 중간선거도 승리할 수 있다. 그것은 이제 새로운 법칙성을 띠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러스트벨트는 안인선이다.

 

 



민주화 이후 최초로 여대야소를 만든 건 2004년 제17대 총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도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인천 및 안산지역 제조업 성장의 순풍도 제법 한몫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인천지역은 강력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그 때문에 운송장비제조업(자동차 등) 분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행히 체질개선을 착실히 진행함으로써 인천지역 제조업 평균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이 주력인 안산지역을 포함한 경기지역 운송장비제조업의 경우에도 전국제조업 평균에 근접하였다. 그것이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하여 안인선에서만 열린우리당은 13 대 3석으로 압승했다. 하지만 4년 후 18대 총선에서는 전혀 반대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한나라당이 12 대 3석으로 압승하며 과반수를 차지했다. 노무현 정부의 제조업 및 안인선 제조업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제조업은 전국 지역내총생산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자동차제조업 역시 인천과 경기지역 모두 전국제조업 평균을 밑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계기로 작용한 2016년 20대 총선은 대부분의 정치분석가들이 새누리당 180석 운운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게도 1석 밀리는 2위로 큰 수모를 당했다. 그런데 정확하게 안인선에서 1석을 졌다. 역시나 안인선 라인 제조업과 운송장비제조업 성적표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 정권재창출을 이어간 이명박 정부는 안인선 자동차제조업 성적표가 그 어떤 정부 못지않게 뛰어나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러스트벨트의 교훈과 역대 한국 선거에서 안인선 라인의 선택을 보면 결국은 정치가 아니라 민생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번 4·15 총선 역시 메시지크리에이터 공희준의 표현처럼 “바보야, 문제는 먹고사니즘이다.”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GDP 세계 10대강국 한국을 떠받쳐온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총선이 될 것이다!


 

 






최 광 웅(데이터정경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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