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심 ‘바로미터’ 설 민심…“첫째도, 둘째도 경제”

김도형·편집국 기자입력 : 2020-01-28 06:00
자영업자·제조업자 "이런 불경기는 처음" 화이트칼라층 "집값·일자리 문제 심각" 총선 앞둔 여야 '아전인수식' 해석 여전
“자영업자들은 거의 망하기 직전입니다. 불경기라는 말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불경기인 적은 없었습니다.”-경기도 자영업자 이모씨(30)

설 연휴 민심은 결국 ‘경제가 어렵다’는 한탄이었다. 아주경제 기자들이 지난 24∼27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들은 민심은 정치 현안보다 어려운 경제에 집중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세계 경제의 불황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0%를 지켜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제 국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어렵다는 원성 일색이었던 셈이다.

이번 설이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찾아온 것을 고려한다면 이번 설 민심은 곧 '총선 민심'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불경기 처음”…지방 경기부양 대책 촉구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은 제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나 다를 게 없었다. 특히 체감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은 날선 언어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경북 김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65·여)는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장사를 할 수가 없다. 경기가 안 좋은데 세금까지 많이 나오니 문을 닫는 지인들이 많다”면서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명목의 세금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일일이 따져봤는데, 이젠 자포자기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며 제조업 공장에서 일한다고 밝힌 직장인 김모씨(42)는 설 민심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그는 “공장이 정말 많이 문 닫고 있다. 한 달 걸러 한 번 꼴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서울도 어렵겠지만 지방경기를 부양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들이 서울로 가는 행태도 여전하다. 그나마 울산 쪽은 자동차 내수 경기가 받쳐주는 것 같은데, 부산이나 창원 쪽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박모씨(64)는 “대구는 경기가 안 좋으면 진짜 안 좋다. 큰 공장도 없다”며 “구미도 마찬가지다. 수출이 훨씬 줄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화이트칼라·젊은 층 “집값폭등·규제일색” 비판

회사원들의 비판은 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집중돼 있었다. 경기 군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38)는 “어렵게 집 장만을 위해 분양을 받았더니 대출규제로 오도가도 못 하게 됐다”면서 “결국 돈 많은 이들만 집을 사는 구조다. 젊은 층은 집 장만도 못 한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집을 구매, 큰 이익을 봤다고 밝힌 조모씨(62·경기 부천)는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거라 예견한 사람도 있었다. 한 번 오른 부동산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권 초기에 집을 사놓은 사람들만 이익을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고 국민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예전처럼 ‘취업해라’와 같은 잔소리는 줄어들은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원(34)은 “일자리가 너무 없다. 과거에는 어떤 일을 해도 집도 사고 생계를 꾸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취직도 어렵고 퇴직 시기도 빨라져서 가족들이 모여도 취직 관련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씨(31)는 “취업을 못한 28살 사촌동생에게 용돈을 줬다. 요즘 취업이 쉽지 않은 것 같아 사촌동생의 상황이 이해간다”며 “서로 결혼 얘기 등을 묻지 말자고 하면서도 집안 어른들이 눈빛으로 독촉하는 느낌이라 괜히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귀성객이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파주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3)는 “경기가 많이 힘든 것 같다. 귀성길과 귀경길 교통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며 “TV에서는 막힌다고 나왔지만 실제로 그리 막히지 않았다. 귀성객들이 적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그는 “그만큼 힘든 것이다. 가면 기본 100만원 넘게 쓰게 되는데 이 돈조차 쓰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주변에 고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애타는 설 민심에도 ‘아전인수’ 바빴던 여야

설 민심에서 경제에 대한 불만이 확인됐지만 여야는 아전인수하기 바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세계경기 동반 하락 속에서 국민 여러분의 노력으로 경제성장률 2%를 방어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아직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경제의 활력이 반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려운 분들에게 온기가 전달되고 있지 못하다. 극히 유념하면서 경제와 민생 활력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아울러 “또 하나의 설 민심은 이제 검찰의 일은 정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하라는 것”이라며 “검찰의 일 하나하나에 정치권이 개입해 논란을 부추기는 건 시대착오적인 정치 행태”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도 반성할 건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과감히 고치는 모습 보이겠다”며 “우리 주장만 옳다고 앞세우지 않고 국민과 야당 말씀 귀담아 듣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결의 정치를 넘어서기 위해 여야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여당이 되겠다”고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국유재산특례제한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법 등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170+알파(α)라고 설명했다.

반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너무 힘들다, 제발 경제 좀 살려달라’는 얘기를 했다”며 “이제 우리 당에 대해 ‘좀 더 세게 잘 싸워라’고 분발을 촉구하는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여당 책임론’을 꺼냈다.

이어 “‘이제 도저히 안 되겠다. 이번 4월 달에 반드시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며 “국민들의 설 민심을 잘 새기면서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는 ‘경제’보다는 ‘검찰 학살’에 방점을 두고 TF(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검찰 학살 인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재 숫자가 부족해서 특검을 저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특검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인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2월 임시국회 개최와 관련, 시기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인 25일 오후 귀성ㆍ귀경객들이 서울역에 몰리며 북적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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