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칼리만탄...행복도시 '세종'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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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1-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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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수도 자카르타 높은 인구밀도·최악 교통체증·지진 위험

  • 조코위 대통령, 동부 칼리만탄에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 선언

  • 세종시에 노하우 전수 요청...비용·환경파괴 등 난제 수두룩

인도네시아의 숙원사업인 '수도 이전'이 드디어 첫 삽을 떴다. 

지난해 8월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수도를 동부 칼리만탄(Kalimantan Timur) 지방에 위치한 동부 프나잠 파사르(Penajam Paser Utara)군과 쿠타이 카르타느가라(Kutai Kartanegara)군에 걸친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새로운 수도는 국제사회에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2045년 독립 100주년을 맞아 '경제 대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에서 14번째로 방대한 영토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가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해 수도 이전을 통해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이번 신(新)수도 사업은 인구 밀집, 교통 체증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인도네시아를 경제 중심지로 이끌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수도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수도 이전에 큰 비용이 드는 만큼 투자 대비 효과적인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타임라인[그래픽=아주경제]

◆높은 인구 밀도, 최악의 교통 체증 등 수도 이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산적

과도한 인구 밀집, 심각한 교통 체증, 지진 발생 가능성.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는 다양한 문제들로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인도네시아의 현 수도 자카르타는 전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도시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2억7000만명 중 1000만명이 자카르타에 거주하고 있고, 인근 지역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만 인구 3000만명이 밀집돼 있다. 자카르타가 속한 자바섬의 경우 인구 1억5000만명, 전체 인구의 약 57%를 수용하고 있다. ㎢당 1만5663명이 거주하고 있는 자카르타는 아시아 최고 인구 밀집 지역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수도 이전으로 과도하게 밀집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돼 있다 보니 국가 경제 동력 또한 이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은 인프라 구축이 잘돼 있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이 외 지역들은 거주하는 인구가 적은 탓에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상태다. 이미 지역 간 경제 격차가 벌어진 터라 수도 이전으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미지수다. 앞서 수도 이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조코위 대통령은 "인구 밀도 측면에서 자카르타와 자바섬에 계속 부담을 안게 할 수 없다"며 "수도를 옮기지 않으면 자바섬과 다른 지역 간의 경제적 불균형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아온 교통체증 문제 역시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2016년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도시'로 꼽혔다. '최악의 교통 정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시민들은 도로 위에서 하루 평균 68분을 대기하고, 1년에 22일을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교통 문제로 인한 비효율로 낭비되고 있는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매년 65억 달러(약 7조8900억원)의 손실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조코위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에 150만명의 주민이 신규로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주 인원은 정부 기관 종사자와 그들의 가족 수를 기반으로 추정했다. 새로운 수도에 각종 인프라가 갖춰지면 현재 자카르타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이주해 교통체증 문제 역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반 침하와 해수 범람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지진 발생 우려 역시 신(新)수도 이전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다. 연안 지역인 자카르타는 지반이 매년 가라앉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은 매년 5~6㎝ 정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신문 블룸버그는 "자카르타의 5분의 2가 해수면 아래에 있고 매년 약 20㎝씩 가라앉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자카르타는 2050년까지 북부 지역의 95%가 물속에 잠겨 180만명 주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자카르타가 속한 자바섬은 화산 폭발과 각종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지난 500년 동안 안전지대였지만, 언제 화산이 폭발할지 모르는 두려움은 계속돼 왔다. 반면 칼리만탄은 지진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어 '안전지대'로 불린다. 쓰나미, 홍수, 지반 침하로부터도 자유로운 지역이다. 특히 해수면보다도 높은 지대에 있으며 지형 특성상 산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고층빌딩 건설에도 유리한 지형이다.

 

지난해 5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칼리만탄 수도 이전 후보지를 시찰하고 있다.[사진=조코위 대통령 페이스북]

◆새로운 수도는 행정도시, 현 수도인 자카르타는 금융·경제도시로 운영

조코위 정부는 칼리만탄 지역으로 수도를 옮겨도 현 수도인 자카르타는 계속 경제 중심지로 이끌 계획이다. 칼리만탄은 행정도시로, 자카르타는 금융·경제도시로 운영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에만 집중된 도시의 역할을 나눠 운영하겠다는 전략으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푸트라자야, 인도의 콜카타와 뉴델리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세종시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방한한 바수키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장관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와 '한국-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및 개발에 대한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수도 이전으로 현 수도인 자카르타의 행정수도 역할은 사라지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제 중심지 역할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가 자카르타에서 동부 칼리만탄으로 이전해도 자카르타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현재와 같이 앞으로도 자카르타는 개발 우선 지역으로 남아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가 및 글로벌 규모의 경제 도시, 금융 도시, 무역센터, 서비스 센터로의 입지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BAPPENAS)는 신수도 개발과 이에 따른 인프라 구축 비용 지출과 관련해 두 가지 예상 지출 계획을 발표했다. 최소 323조7000억 루피아(약 27조4100억원)에서 최대 466조 루피아(약 39조4700억원) 규모의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은 국가 예산보다는 민간 영역, 국영기업, 기업체와의 정부 협의체(Kerjasama Pemerintah dengan Badan Usaha, KPBU)를 통해 주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처럼 수도 이전에 많은 금액이 투자되지만, 투자 대비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바수끼 하디물로노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장관을 만나 시설 안전, ITS, 스마트시티 등 양국 간 인프라 협력 의제에 대해 논의했다.[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자카르타 시민은 '환호'··· 칼리만탄은 환경파괴 우려

수도 이전에 대해 인도네시아 국민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자카르타에 있는 경제계와 부동산업계는 수도 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자카르타가 지나치게 정치·행정적으로 치우쳐 있어 오히려 수도 이전을 통해 순수한 경제·금융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또한 지역별로 크게 벌어져 있는 소득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일각에서는 수도 이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인구의 60%, 국내총생산(GDP)의 58%를 차지하는 데 비해 새 수도가 있는 칼리만탄 지역은 인구의 5.8%, GDP는 8.2%에 불과하다.

반면 동부 칼리만탄 주민들은 수도 이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허파'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에 새 수도가 들어오면 자연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 문화가 남아 있다. 칼리만탄 역시 '밀림의 전사'라고 불리는 다약족이 거주하고 있고, 자연림과 열대우림이 우거져 있으며, 오랑우탄 등 천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이에 정부는 숲속에 스마트시티를 건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BAPPENAS)는 주변 주정부 관할 지역과의 연결을 도모하는 개발 단계에서 국립공원, 오랑우탄 보존 지대, 비정부기관 종사자 정착 클러스터 등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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