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책은 목적 아니라 수단…韓 독서 문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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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박성준·신승훈 기자
입력 2020-01-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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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자 출신…“세계적 도서관 도약 목표”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독서습관 변화를 강조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지난 10일 “어떤 자리를 위해 인생을 살아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인터뷰 내내 자신만의 확고한 독서 철학을 강조했다.

현 관장은 “책이란 것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지식 축적의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혁신의 정신은 책을 통한 생각에서 나오고, 책이 지향할 것은 그런 정신들”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여유가 부족했던 한국인의 독서습관과 잘못된 인식을 이제부터 조금씩 바꿔야 한다”면서 한국인이 가진 책에 관한 편견과 비효율적인 독서 습관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현 관장은 “과거 사람들은 책을 강제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이런 인식들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양인들은 휴가 때 해변에서 책을 보며 쉬는데 우리는 음주 문화에만 빠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어떤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는 “평생을 경제학 책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돼 있어서 한순간에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IT(정보·통신)경제학과 예술·문화 경제학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책은 나에게 직업이자, 삶의 일부분이었다”면서 “국회도서관장에 취임했으니 더 다양한 책을 읽어서 생긴 지식들을 조직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회도서관은 1952년 전시 수도 부산에서 장서 3000여권과 직원 1명으로 출발해 올해로 개관 68주년이 됐으며, 약 679만권의 책과 2억7000만면이 넘는 방대한 원문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현 관장은 “의회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인류 지적문화유산을 후세에 전승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그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첨단 정보시대를 선도하는 미래 도서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도서관으로서 도약을 목표로 변화와 혁신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 관장은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보수 경제학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 관장은 “인간의 본성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고, 자유를 최대한 허용해주면 경제는 자생적으로 발전한다”면서 “‘경제 주체는 스스로 열심히 일하게 놔주면 된다’는 내 생각이 보수라고 한다면 보수가 맞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 부진의 원인에 대해 “경제입안자가 하나의 상(象)을 만들고 그 방향으로 개인을 몰아가고 있다”면서 “그러면 개인의 경제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상으로 가는 데 비용이 발생해 경제 활력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보면 필리핀이 잘살다 망한 이유, 한국과 북한이 같은 역사, 언어를 공유하고도 경제 격차가 벌어진 이유를 실증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면서 “규제를 하게 되면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꺾기 때문에 결국 자유를 넓히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관장은 “경제학에는 수요와 공급 외에 서민경제나 부자경제라는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선동적인 구호에 여론이 오도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골몰하는 이유도 경제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현 관장은 “책을 찾아 연구하고 법안을 만들 때 오는 이득보다 몸으로 싸워서 오는 이득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독서와 공부를 통해 좋은 법안을 낸 국회의원을 ‘다음에도 뽑아줘야 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국회 도서관장 프로필

△1959년 부산 출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카네기멜론대 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자유경제원 원장 △제22대 국회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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