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트럼프, 김정은에 메시지…호르무즈 파병 언급 없었다”(종합)

미국서 한·미·일 고위급 협의회 후 귀국

“중동 사태 정세, 美 측서 상세 브리핑”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미협상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36세 생일을 맞은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고리로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한 상황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함께 도발 자제 요구 및 북·미협상 재개 의지가 메시지에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실장은 “마침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지난 1월 8일이 김 위원장의 생일이었는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에 관해 덕담하면서 ‘그에 대한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적절한 방법으로 북한에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떤 경로로 북한 측에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 않다.

다만 정보당국 간 ‘핫라인’이나 판문점 통한 접촉,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 등이 거론될 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만남과 관련해 “외형상으로는 생일축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신뢰관계를 확인하면서 김 위원장과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또한 “정의용 실장이 메시지 전달의 중재자가 된 것은 한국에 대한 신뢰와 함께 앞으로 한국이 북·미 간의 중재자 역할을 요청하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본다”면서 “조만간 정 실장의 방미를 통한 한·미 간의 조율된 안을 가지고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미·일 고위급 안보협의회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즉석 면담’을 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께도 각별한 안부 말씀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씀을 전달했다”면서 “중동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평가의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협력 증진방안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차차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며 말을 아꼈다.

정 실장은 한·미·일 고위급 협의 등 이번 방미 일정과 관련, “매우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정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정세에 대해서도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파병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현재의 중동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면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여러분도 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 국민·기업의 안전을 보호하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자유항해 및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우리가 기여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정 실장은 방미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외에 미일 카운터파트와 양자 및 3자 협의를 했으며,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도 만나 대북 현안을 조율했다.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하기 위해 방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