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세안 주요국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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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20-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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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아세안국가 올해 평균성장률 4.7% 예상

  • 필리핀, 베트남 역내 활성화 이끄는 경제동력국가

  • RECP 타결 등 자유무역 모델 활성화 여부도 관심

[사진=아세안 홈페이지 캡처]


2020년 아세안 10개국은 또 다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았던 2019년에 이어 올해 역시 다양한 대외 변수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아세안 10개국의 평균 성장률은 4.7%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치인 3.4% 성장률보다는 높지만 2019년 평균인 5.2%에 비해선 다소 낮은 것이다. 

보고서는 2020년에도 현재의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각국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각국의 편가르기 소용돌이와 ‘아세안공동체 2025 비전’을 실현하는 가운데 올해가 중요한 전환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 베트남

베트남은 올해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아세안 의장국은 순번제로 임기는 1년이다. 베트남은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것과 동시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도 임기를 시작한다. 베트남은 이 같은 외교적 역량을 바탕으로 역내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나간다는 포석이다.

주목할 건 베트남의 당면 과제인 중국과의 남중국해 문제다. 베트남은 이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계속해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잠잠했던 남중국해는 지난해 양국이 서로의 어선을 나포하는 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은 남중국해 문제의 최전선 국가다. 이 문제는 비단 베트남만 아니라 아세안 다수 국가들에게도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역내 공동체 단일화를 표방하고 의장국인 베트남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꾸준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적으로 베트남은 2년 연속 7% 이상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보호무역주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한 7%대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성장이 눈부셨다. 생산, 조립 분야 국내총생산((GDP)이 11.29%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서비스 분야도 7.3% 증가했다. 수출은 2634억5000만 달러(약 305조원)로 지난해보다 8.1% 늘었고 수입은 2535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7% 증가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으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 쇄도한 것도 베트남 경제 성장의 한 축이었다. 올해 베트남에 투자하겠다고 등록한 외국 자본은 380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다. 올해 집행된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도 203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6.7% 늘었다.

태국 유력일간지 방콕포스트는 “베트남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중 제일 수출액이 많았다”며 “아세안 역내국들이 국내외 경기감속으로 고전하는 동안 베트남은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으로 스마트폰과 의류 등의 대미 수출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국회는 지난달 11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 성장률 목표를 6.8%로 정한 2020년 사회·경제발전 계획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브엉딘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인플레이션, 부채리스크 등 여러 악재들을 극복하고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했다"면서 "올해도 목표 달성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필리핀

필리핀은 베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지만 수년간 6% 내외의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며 아세안 역내 경제성장의 중심국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의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2%다. 2019년 경제성장 수정치 5.9%에서 0.3%가 상승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긴축통화정책, 정부예산 지연 등 주요 위험이 완화되면서 올해 필리핀 경제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출범한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은 미뤄둔 채 중국과 협력관계에 치중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투자와 수출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리핀의 대 중국 수출은 2017년보다 8.48% 증가한 80억69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의 대 필리핀 투자 또한 두테르테 정권 출범이후 4배 이상 껑충 뛰었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필리핀 역시 경제성장의 한 축인 해외투자유치액(FDI) 총액은 지난해 102억 달러를 달성했다. 중국발 투자에 힘입어 수년간 100억 달러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미·중무역전쟁의 장기화 영향으로 필리핀 수출의 일부 감소가 예상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게 냉각되고 민간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필리핀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태국

태국은 친나왓 총리 남매의 연이은 실각 이후 수년간 정정불안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군부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총선이 실시되고 프라윳 총리가 국왕의 재가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서 다시 국내 정세를 안정시켰다.

최근 태국 경제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바트화가 강세장을 펼치면서 태국 경제의 핵심축인 관광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태국 바트화 환율은 전일 종가 기준 달러당 30.174바트(약 1170.45원)를 기록했다. 바트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6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바트화는 지난해에만 달러 대비 9% 절상됐다.

태국 정부는 바트화 강세를 억제하고 침체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3160억 바트(약 12조3800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에 투입되는 3160억 바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달성을 위한 긴급 경기부양 조치에 사용될 방침이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1000만명에게 1000바트(약 3만9000원)씩을 제공하는 내수 부양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금 등도 이번 조치에 포함됐다.

IMF에 따르면 태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3.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 수정치는 2.9%로 둔화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태국 경제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아세안 각국 지도[사진=아세안 홈페이지 캡처]


4.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2019년 4월 17일 역사상 최초로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득표율 55.5%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자카르타 수도이전을 천명하는 등 이른바 ‘조코노믹스’로 불리는 강력한 경제정책을 실시 중이다.

IM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5.5%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 5.3%에 이어 견실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예상이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됐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정부의 전기요금, 담배소비, 석유가스 보조금에 대한 조정으로 올해부터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소비도 2019년에는 일부 축소됐지만 올해부터는 점차 회복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목할 건 인도네시아의 FDI다. 인도네시아의 FDI는 지난해에도 약 300억 달러를 유치하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역내국가 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FDI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만큼 지난 10년간 FDI 유입의 수위권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또한 이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로 인도네시아는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RCEP를 통해 2025년부터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세안 내 최대 물동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5.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함께 대표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로 불린다. 지난 8~90년대는 고성장을 이뤘지만 2000년대 들어 연 3~4% 정도의 중간 성장률로 국가성장이 정체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은 2010년대 들어 점차 나아지고 있다. 2014년에는 모처럼 6% 성장을 찍었고 2017년에도 5.9% 성장을 나타냈다. IMF에 따르면 올해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6%다.

마하티르 총리의 재집권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기존의 Vision 2020을 대체하여 향후 10년간 국가발전 전략의 토대가 될 '공동번영 비전 2030(Shared Prosperity Vision 2030)'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석유·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산업다양성 부족, 제조업 등에 첨단기술 도입 미비, GDP 대비 낮은 근로자 보수 비율, 토속 말레이계가 전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낮은 비중, 부패와 권력남용 척결 등이 담겼다.

이 비전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장기 국가발전 로드맵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전체 국민들이 적절한 생활수준을 영위하고 국가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4회 아세안정상회의[사진=아세안 홈페이지 캡처]

6.싱가포르

중개무역이 발달한 싱가포르는 미·중무역협상의 최대 피해국으로도 손꼽힌다. 올해 싱가포르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3% 내외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경제성장률 수정치는 0.7%로 나타났다.

다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싱가포르의 지난해 3·4분기 제조업이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이는 싱가포르 국적의 회사가 베트남 아세안 역내 국가들에 투자한 결과 바이오메디컬 제조 클러스터와 운송 엔지니어링, 클러스터(항공우주 부문)이 성장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기는 지난해 말 최저점을 치면서 2020년 말부터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싱가포르는 2020년 하반기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공공지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올해에도 무역 관련 서비스업이 약세를 지속하겠지만 건설, 정보통신, 금융 및 보험, 교육, 보건 및 사회서비스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7.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미얀마(버마)는 지난 2015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선거를 통해 국가고문에 올랐지만 로힝야족 학살이 자행되는 등 군부의 입김이 여전하다. 2018년 총선으로 국민당의 압승을 이끌고 연임에 성공한 캄보디아 훈 센 총리는 올해에도 강력한 통치권을 바탕으로 개혁을 이어갈 전망이다. 라오스는 통룬 총리가 1당 체제의 안정성에 기반하여 개혁을 통한 국가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빈국에 속하는 이들 3국은 모두 제1투자국이 중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국은 공산권 이외 국가와의 외교 다변화를 위해 메콩 유역 개발에 관여하는 국가들과 정치·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IMF에 따르면 미얀마는 올해 경제성장률 7~8%로 전망된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각각 7~9% 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침체된 세계 경제에서도 이들 3국은 7%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기본적인 인프라, 산업 구조가 매우 빈약해 이들 국가가 아세안 역내에서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당분간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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