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美증시보다 글로벌 증시"...월가 베팅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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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12-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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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 주가 수준, 중앙은행 경기부양, 달러 약세 등 글로벌 증시 호재

  • 한국, 일본, 유럽 증시 유망...2020년대 글로벌 증시 랠리 기대감도

글로벌 증시가 내년에 수익률로 미국 증시를 압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미국 월가에서 제기된다.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노력이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을 북돋워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 잠재력을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월가의 투자자와 투자전략가들이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가 내년에 10년간의 부진을 딛고, 미국 증시를 능가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가운데 한국, 일본, 유럽 증시를 내년에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미국 뉴욕증시 간판인 S&P500지수는 2010년 이후 180% 넘게 올랐다. 이에 비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아이셰어 MSCI전세계지수(미국 제외) 상장지수펀드(ETF)는 같은 기간 18% 뛰는 데 그쳤다. 신흥국 증시는 더 부진했다. 아이셰어 MSCI신흥시장지수 ETF는 4% 상승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본다. 피터 베레진 BCA리서치 수석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최신 투자노트에 "10여년간 뒤처졌던 비미국 주식이 미국 주식에 우위를 점할 태세"라며 "글로벌 성장세의 재가속, 달러 약세, 유리한 주가 수준이 모두 내년에 비미국 주식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배우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찾아 한 트레이더와 함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리한 밸류에이션...상승 잠재력 커

S&P500지수는 최근 신기록 행진을 재개하면서 주가 수준이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대표적인 주가 수준 척도인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가 넘는다. 이에 비해 아이셰어 MSCI전세계지수 ETF의 PER는 14.7배쯤 된다. 상승 잠재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캘럼 토머스 톱다운차트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증시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의 주가 수준 차이가 50%쯤 된다며 글로벌 증시에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할인율이 50%나 될 문제냐고 되물었다.  

'글로벌 증시 디스카운트(할인)'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뽐내온 반면 세계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비롯됐다.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악재로 부상한 가운데 특히 유럽의 경기둔화가 두드러졌다. 유럽에서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0월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을 정도다. 지수는 이달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50선을 밑돌아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에 있음을 보여줬다.

다행인 건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부양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낮췄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를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단기 자금조달금리인 일주일짜리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인하했다. 일본은행(BOJ) 역시 강력한 통화완화 기조를 고수하며 추가 부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中銀 경기부양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노력은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BCA리서치의 베레진 전략가는 이와 더불어 1단계 합의를 통한 미·중 무역전쟁 일단락 가능성이 미국보다는 세계 증시에 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증시는 미국 증시에 비해 방어주보다 경기민감주 쪽에 더 치우쳐 있다는 이유에서다.

CNBC는 세계 경제를 둘러싼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이미 글로벌 증시에 반영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주식 투자전략가는 미국 증시를 함께 담은 MSCI전세계지수가 지난해 12월 저점을 찍은 이후로 의미를 둘 만큼 높은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바닥을 친 것과 일치한다"며 "시장이 성장세 전환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韓·日·유럽 유망...2020년대 '글로벌증시' 랠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증시 가운데도 한국, 일본, 유럽 증시 등이 내년에 유망한 투자처로 거론된다. 

윌슨 전략가는 내년에 미국 증시는 비중축소를, 한국과 일본 증시는 비중확대를 권했다. 코스피는 올 들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같은 기간 16% 넘게 올랐다.

유럽 증시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태세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이 올 들어 19% 넘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내년에도 독일을 중심으로 랠리를 펼칠 공산이 크다고 본다.

캐머런 브란트 EPFR 리서치 책임자는 유럽 자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을 두고 "유럽의 모든 악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음을 나타내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바닥을 지났다는 말이다.

존 데이비 아스토리아포트폴리오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증시가 내년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미국 증시보다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국 증시가 지난 10년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랠리를 이어온 만큼, 2020년대에는 글로벌 증시가 랠리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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