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달러 MRO 시장] ④ 항공업계 ‘종합병원’ KAI MRO 사업장... 새 생명 불어넣기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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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1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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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민항기뿐만 아니라 미국 F-16 등도 정비 중

  • 원천기술 가장 큰 경쟁력, “MRO산업단지까지 완공되면 시너지 더 커질 것”

“항공기의 안전과 승객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으로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서비스(KAEMS·캠스) 사업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KAEMS는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항공정비(MRO)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국내 최초 정부 지정 MRO 전문업체다. 

2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서비스(KAEMS·캠스) 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B737'.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국내 민항기뿐만 아니라 미국 F-16 등도 정비 중
KAEMS의 사업장은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항공기의 ‘종합병원’이라 불릴 만했다. 마침 이날 찾은 사업장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B737’의 정비가 한창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셈이다. 모든 항공기는 일정 시간 운행하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꼭 거쳐야 검사다.

육중한 몸집으로 하늘 위를 날며 위용을 자랑하던 B737는 이날 없었다. 다소곳하게 20여명의 항공기 정비사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듯한 얌전한 모습이었다. 항공기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혹시 모를 안전 진단을 받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항기뿐만이 아니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도 KAI에 MRO를 맡기고 있다. 실제 사업장의 또 다른 곳에서는 미 태평양지역 공군의 전투기 ‘F-16’의 정비와 성능개량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업장 곳곳에 걸린 대형 태극기와 직원들의 얼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났던 자부심의 배경이었다.

신의진 KAEMS 정비팀 팀장은 “노후화된 미군 해상초계기 ‘P-3B’ 수명 연장 및 성능 개량, 민항기 B737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737) 개조 작업, 공군 수송기 ‘C-130H’ 성능 개량 사업 등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항공기 정비 허브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MRO업체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KAI의 원천기술에 있었다. KAI는 국내에서 항공기의 설계부터 생산, 사후서비스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업체다. 공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고등훈련기 ‘T-50’ 생산, 소형무장헬기 ‘LAH’의 조립.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X’의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와 미 보잉사의 항공기의 부품 생산 및 미국 육군의 주력 공격형 헬기 ‘아파치’의 조립도 한다.
 

2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서비스(KAEMS·캠스) 사업장에서 정비사들이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B737'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원천기술 가장 큰 경쟁력, “MRO산업단지까지 완공되면 시너지 더 커질 것”
일단 KAI 사천공장은 KAEMS의 모회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규모로 찾는 이를 압도했다. 105만㎡에 달하는 부지 위에 우뚝 선 항공기동과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5000명에 육박하는 임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항공기동이 있었다. 이날도 T-50과 국산 최초 기동헬기 ‘수리온’, 세네갈 수출용 ‘KT-1S’ 등의 제작으로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KF-X의 생산시설도 눈에 띄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생산 단계에 돌입하지 않았으나, KAI는 2021년 4월까지 시제기 출고한다는 계획이다.

김덕현 KAI 운영본부 기체생산기술1팀 부장은 “KFX는 향후 공군이 주력기로 사용할 기종”이라며 “체계 개발비만 8조원이고 전투기 시제기 제작과 항공전자 및 무장 통합, 120대 양산비까지 포함하면 30년 동안 30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앞선 생산 기술도 해외 기업들이 KAI를 항공기 제작과 MRO 파트너로 눈여겨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에어버스의 최신 항공기인 A350 부품을 제작하는 스마트팩토리는 KAI의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다.

일정의 마지막으로 들른 스마트팩토리는 공정이 잘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하는 인력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350의 주익에 들어가는 '립(rib)'이 알루미늄과 리튬의 합금의 깎기, 다듬기, 비파괴검사, 3차원 측정 등 작업을 거쳐 알아서 생산되고 있었다. 립은 항공기 날개 윗면과 아랫면을 연결하는 '갈비뼈' 같은 부품으로, 알루미늄·규소·망간 등의 합금인 두랄루민 소재로 제작된다.

KAI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의 가동률은 90%에 육박한다”며 “특히 생산력도 높아져, 립의 경우 과거 가공하는데 8시간이나 걸렸지만 현재는 그 시간을 45분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고이근 KAEMS 상무는 “KAI가 가진 원천기술은 KAEMS의 큰 경쟁력”이라며 “경남도와 사천시와 함께 건설하고 있는 MRO산업단지까지 완공되면,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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