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후대 부끄럽지 않은 기업 만들겠다”... 첫 작업 ‘임원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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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11-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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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을 대한항공의 오늘을 만들어야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인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대한항공 50년사 편찬 기념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도약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지난 4월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이날 단행하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워드는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확보’와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이다.

◆ 희비 갈린 ‘S대 4인방’... 입지 강화된 ‘우기홍’, 자리 지킨 ‘석태수’

일단 이번 인사에서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6명으로 우 부사장이 사장, 이승범 전무를 비롯한 3명이 부사장, 박정우 상무 등 6명이 전무로 승진했다.

일본의 경제도발 등으로 전에 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우 부사장의 경험이 돌파구 마련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179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줄어든 수치다.

다만 우 부사장과 함께 ‘S대 4인방’으로 불리며 조 회장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석태수 한진칼 사장, 서용원 (주)한진 사장,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등은 희비가 갈렸다. (주)한진은 서용원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현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아울러 류경표 전무는 부사장, 주성균 상무 등 2명은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공항은 강 사장이 퇴임했으며 현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 유종석 전무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석 사장은 자리를 지켰다. S대 4인방 중 절반이 쇄신의 대상이 된 셈이다. 조 회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줄여 불필요한 결재 라인을 간소화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통해 임원수를 20% 이상 줄였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정착,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 조현아·조현민 등 인사 대상서 빠져... 부정적 여론 인식한듯

동생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친인척이 이번 인사에서 제외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지난해 4월 조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재차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아직 일각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서도 조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항공운송과 항공기 제작, 호텔을 포함한 여행 등 주력 사업을 제외하고는 정리할 것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 외에도 국내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며, 업계 1위 대한항공에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재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국내 항공업계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조원태식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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