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토큰 이코노미, 말보다 서비스 개발 출시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명섭 기자
입력 2019-11-28 20:0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할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8명의 노벨상 수상자(그중 13명이 경제학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명문, 런던정경대(LSE)를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위기는 끔찍한 일이다. 이곳에 이렇게 많은 경제학 대가들이 계시는데 왜 그 누구도 금융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는가”라고 한탄한 일은 이제 세계 경제학계에 유명한 일화가 됐다.

아이작 뉴턴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물리학계의 세계적인 천재라 불린다. 뉴턴은 당시 남대서양주식회사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을 때, 거액을 투자해 전 재산을 잃게 된다. 전 재산을 잃은 후 뉴턴은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 있는 나도 인간의 광기(狂氣)는 계산할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블록체인 생태계에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라는 용어가 있다.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코인(토큰)을 활용, 서비스를 제공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과 참여자들에게 보상을 주어 활성화하는 방법, 더 나아가 분산원장의 ‘거버넌스’까지 포함하는 경제 생태계를 의미한다.

이렇듯 지금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암호경제(crypto economy) 속에는 토큰 이코노미가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토큰 이코노미를 컨설팅해 주는 전문집단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복잡한 미적분 수학까지 동원하며 그럴 듯한 이론으로 장황하게 토큰 이코노미를 설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치 무지한 노인들을 기만하는 약장수들의 뻔지르르한 궤변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듯, 아이작 뉴턴이 인간의 광기를 예측하지 못했듯, 비즈니스 모델 설계단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서 이윤 창출 계산 방법과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수준)을 주어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을 예측하겠다는 발상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러한 계산이 가능했다면, 며칠 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사이버 트럭 프로젝트도 시작 전에 투자자들에게 미래의 매출과 수익을 정확히 계산해 제시하며 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다.

비즈니스와 금융투자 세계가 수학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면 머리 좋고 수리(數理)에 밝은 교수님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 원래 비즈니스는 계산 불가능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코인(토큰)의 가치 형성과 생태계의 구성, 성공 가능성 역시 예측 불가능한 분야다.

또한 사용자들은 누가 개발을 했건, 개발 소요 자금이 얼마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건, 관심이 없다. 그냥 내가 불편했던 것을 해결해 주고 거기에 내가 찾던, 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불편하더라도 몇 번이라도 낑낑거리며 앱을 깔고 사용하게 되어 있다. 메인-넷의 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비앱(BApp, Blockchain Application) 디자인이 그럴싸하든, 아무리 개발비를 많이 투입했든, 세계 최고 인재가 개발했든, 내게 쓸모가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제1원칙 역시 고객이다. 따라서 토큰 이코노미를 따지는 시간에 한시라도 먼저 상용 서비스를 개발하여 남들보다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라. 그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며 힘들더라도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사업은 고객의 니즈(Needs)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선택하여 시장을 선점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명의(名醫)일수록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한다. 온갖 복잡한 의학 용어를 남발하는 의사, 또는 어려운 전문용어나 잔뜩 늘어놓는 교수일수록 실력이 없다.

토큰 이코노미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봐야 사기꾼같이 보일 뿐이다. 사업은 말이나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계산 불가·예측 불가의 영역이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