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뛰는데..." 데이터 3법 통과 무산에 국내 AI 업계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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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1-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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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 3법, 지각 심사로 19일 국회 본회의 통과 무산... AI 업계 "실망스럽다" 반응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끝내 무산됐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해 데이터 경제 시대를 선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IT 기업들은 국회의 늑장 대응으로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20일 AI·데이터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소방공무원법을 포함해 총 89건의 비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했다. 하지만 데이터 3법은 여야가 통과에 합의한 비쟁점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 심사 지연으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지각 심사로 인해 데이터 3법의 핵심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남은 두 법은 여전히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데이터 3법은 상호보완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3법이 동시에 통과되지 못하면 먼저 통과된 법의 활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와 익명정보로 나누던 기존 데이터 분류에 추가정보를 더하기 전까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추가하고 이를 기업이 AI, 빅데이터 분석, 맞춤형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개발에 활용할 수 없다. 익명정보는 추가정보를 더해도 개인임을 식별할 수 없지만, 비식별화를 위해 많은 관련 데이터가 삭제되어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3법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가명정보를 추가해 기업이 효율적으로 AI와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AI와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더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그만큼 방대하고 분류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완성된 AI는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이 곧 이익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경제 시대의 마중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3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업계에는 실망감만 가득하다. 당장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 야후재팬이 미국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중국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의 기술 패권에 맞서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영합병을 진행하고 AI 개발에 연간 1000억엔(약 1조69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데이터 3법 통과가 늦어지면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의 AI 개발도 그만큼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네이버는 미국과 중국 기업에 대항해 한국, 일본을 거쳐 동남아시아와 프랑스를 연결하는 AI 벨트를 만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데이터 3법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 AI 개발 거점을 한국이 아닌 일본과 프랑스 등으로 옮겨야 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연내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발의한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총선을 거쳐 21대 국회가 구성되는 내년 6월은 넘어야 데이터 3법 통과를 다시 논의해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한 AI·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변화가 빠른 AI·데이터 업계 특징 상 데이터 3법과 같은 산업 육성 법안의 통과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내 AI·데이터 경쟁력도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데이터 3법 통과가 몇 달만 늦어져도 기술 격차는 몇 년 수준으로 손 쓰기 힘들 정도로 크게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11월 말에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여야가 데이터 3법과 같은 비쟁점 법안을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한 볼모로 잡지 말고 조속히 통과 시켜 데이터 경제 시대 국내 기업의 AI·데이터 경쟁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1월 말 본회의 통과가 유력시되고,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상임위 통과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처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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