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서도 통한 '이동걸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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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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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인수가 낮추고 1조 유상증자 제시

  • 투자 여력 생기자 원매자들 달라붙어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등 그동안 묵혀놨던 난제들을 차례차례 해결했다. 이는 구주 매출로 자금 회수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인수·합병(M&A) 방식을 적용한 덕이다. 이 같은 M&A 방식을 '이동걸 매직'이라고 칭하는 시장 관계자가 적지 않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도 '이동걸 매직'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구주 인수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이동걸 매직'이 유지된 덕에 인수자금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때문에 자체적 매력이 상당히 낮았던 아시아나항공도 원매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31.05%)의 인수가는 308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도주체 금호산업이 내심 기대하던 7000억원 규모는 물론이고, 본입찰 직전일인 지난 7일 유가증권시장 종가(5310원)로 단순 계산된 가치인 3647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패키지에 포함된 에어부산(1474억원)과 아시아나IDT(1476억원)의 가치를 함께 감안하면 절반 이상 디스카운트가 발생한 셈이다.

구주 인수가로 시장가(전일 종가) 이하의 가격을 책정하고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구주 인수가만이 아니라 '구주 매출+유상증자'가 전체 인수대금이 되도록 M&A 구조가 만들어진 덕이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구주 인수가를 대폭 낮추고 대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장 자금부족에 곤란을 겪던 아시아나항공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일이다. 원매자인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인수대금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의 재기에 사용될 수 있게 된 점은 반가운 일이다. 구주 매각으로 기대 이하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된 금호산업(매도주체)을 제외하면 모든 거래관계자가 만족할 만한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매각을 놓고 그동안 이 회장 특유의 매각 방식이 약간 변형돼 활용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산은은 구주 매출이 절대적인 전통적인 M&A 방식보다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자금을 인수회사에 남기는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10년을 끌어왔으나 이 회장의 취임 이후 매각이 마무리된 금호타이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된 더블스타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의 지분(구주)을 더블스타에 매각하지 않고 2대 주주로 남았다.

통상 산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구주 매출을 포기해 자금회수 시점을 늦추는 일이 많았으나,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는 구주 매출을 완료하는 동시에 유상증자를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매각을 성사시킨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주 인수자금을 최대한 줄이는 이동걸 매직이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며 "만약 이번에도 구주 인수자금을 중시하는 전통적 M&A 방식을 적용했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원매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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