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정상회의]안보협력체서 경제협력체로...'10國10色' 하나로

김태언 기자입력 : 2019-11-21 09:07
아세안 반세기 역사

아세안 50주년을 기념하는 로고[사진=아세안 제공]


올해로 출범 52주년을 맞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국가연합체다.

지리적으로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이 위치한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위치한 말레이 반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가 걸쳐 있는 환태평양 지역을 포괄한다.

총 면적은 약 448만㎢로 한반도 면적의 22배가 넘는다. 북·남으로는 중국과 호주와 접하고 동·서로는 태평양과 인도까지 닿아 있다.

사실상 신생독립국인 동티모르를 제외하고는 역내 모든 국가가 가입해 있어 국제사회는 아세안이 동남아 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본다.

현재 아세안 의장국은 태국이다. 내년에는 베트남이 바통을 잇기로 돼 있다. 아세안 의장국은 모든 회원국이 순번제로 맡고 있다. 이는 다자간 협의와 상호존중, 평등, 이해를 중시한다는 ‘아세안 대원칙’에 따른 것이다.

◆아세안 탄생, 정치노선 '중립화' 채택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5개국이 초기 멤버로, 1967년 8월 8일 외무장관과 부총리들이 태국 방콕에 모여 아세안 창립을 선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지부진하던 동남아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특히 인도네시아의 노력이 컸다.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설득했고 태국과 필리핀을 끌어들였다. 아세안 본부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초기의 아세안은 지금의 경제 공동체보다는 정치안보적 성격이 강했다. 당시 창립 주도국가들은 월남전이 격화되어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공산화 시도가 지속되고 동남아 지역 국가들 간 영토분쟁 문제가 발생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안보 협력체를 결성할 필요가 있었다.

아세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건 1971년 처음 시작된 제1차 아세안 정상회담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첫 정상회의에서 각국 수반은 '쿠알라룸푸르 선언문(ZOPFAN)'을 채택하고 아세안 정상회의 정례화를 공식화했다.

아세안 출범 당시 정치·안보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달랐다. 싱가포르는 미국·소련(러시아)·중국을 통한 균형외교를 중시한 반면, 태국과 필리핀은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역내 최대 국가로서 강대국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역적 탄력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ZOPFAN의 의의는 처음으로 아세안 정체성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외무장관 협의를 통해 아세안 정치노선을 중립화하기로 한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아세안의 중립화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1976년에는 동남아우호협력조약(TAC)이 체결되고, 1995년에는 동남아비핵지대화조약(SEANWFZ) 등이 발효하면서 아세안 정치안보 방향이 기틀을 잡아갔다.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1976년 시작된 아세안공업프로젝트(AIP)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아세안 각국 재무장관들이 주도해 특혜무역협정(PTA) 추진(1977년),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추진(1992년), 아세안공업협력제도(AICO) 회의(1996년) 등이 이어졌다.

아세안이 경제협력체로서 보다 본격적인 성격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소련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지역안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우루과이라운드 등을 통해 경제공동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다.

 

아세안 각국 지도[사진=아세안 제공]


베트남(1995년), 미얀마·라오스(1997년), 캄보디아(1999년) 등 공산권 국가들도 이때 가입하면서 마침내 아세안은 지금의 '아세안 10'이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무장관 회의로 명분만 유지하던 아세안 각국의 경제협력은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2차 비공식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비전 2020'이 채택되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아세안 경제공동체 청사진은 단일시장과 생산기반, 경쟁력을 갖춘 경제블록, 균등한 경제발전,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 등 아세안을 경제공동체로 묶는 4대 기조를 말한다.

아세안 내 비관세 장벽을 완전히 철폐하고 전자통관제도인 '싱글윈도'와 금융거래 자유화, 노동시장 완전개방 등을 통해 역내 단일 경제공동체 구축을 가속화한다는 게 청사진의 핵심이다.

◆아세안 묶는 중심축 '3A'··· 'APSC' 'ACE' 'ASCCB'

2003년에는 아세안 공동체의 모습이 보다 구체화됐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선언한 ‘아세안협력선언 2’를 통해서다. 아세안의 3대 중심축인 △아세안 정치‧안보 공동체(APSC) △아세안 경제협력체(ACE)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ASCCB)를 통해 아세안을 한데 묶는다는 구상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아세안은 역내 협력을 넘어 주변 강국과 함께하는 다자협의체를 통해 외연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AESAN+3를 비롯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에 참여 중이다. 현재 아세안에 연결돼 있는 국가만 14개국(주요 대화상대국 10개국, 부분대화상대국 3개국, 개발파트너 1개국)에 달한다.

최근에는 아세안 주도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까지 타결됐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과 전체 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RECP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10國10色' 이질적 요소 통합한 모범협의체로

아세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10국 10색'으로 불리는 정치와 문화, 경제체제가 다른 이질적인 국가들이 모여 상호 협력과 발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기에는 적대적인 관계였던 베트남을 아세안에 가입시키고 이어서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를 끌어들이면서 명실공히 지역의 대표 공동체를 구성했다.

일반적으로 강대국이 이끌지 않는 개발도상국 중심의 지역공동체는 각 국가들의 정치·사회 불안과 경제 취약성 탓에 곧 이질성을 드러내고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미국가연합(USAN)이다. 아세안과 USAN은 초창기부터 유사한 점이 많았다. 가입국 중에 선진국은 전무했으며, 공동체를 대표하거나 이끌어 나가는 주도적인 국가도 없었다. 의장국은 가입국이 공평하게 매년 돌아가면서 맡는 순번제를 유지했다. 두 공동체 모두 북방지역에 선진경제 블록(동북아 3국, NAFTA)을 두고 있다는 점도 같았다.

두 경제공동체는 경제선진국을 위에 두고 종속이냐 상생이냐의 논쟁도 잦았다. 두 경제공동체 모두 북방의 경제선진국들에 막대한 차관과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아세안과 USAN은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았다. 남미의 경우 좌·우파의 정치대립으로 사실상 협의체가 유명무실해진 반면, 아세안은 지속해서 협력 기조를 유지하며 세계 주요협의체로 우뚝섰다.

 

[그래픽=아주경제]

정치·안보보다는 경제적 요인이 아세안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세안 각국은 남미 각국과 다르게 역내에서 상호 경쟁하는 동시에 보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예컨대 아세안의 고소득 국가인 싱가포르는 매우 선진화된 국제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아세안 각국의 투자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자들은 아세안 국가에 투자할 때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투자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 주요 생산기지로서 싱가포르의 투자금을 받아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각자의 자본으로 캄보디아, 라오스에 투자해 상호성과를 얻는다.

국제사회 지역협력체로서 아세안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괄목할 만한 것으로는 창립 이래 원대한 비전이었던 '동남아의 아세안화(ASEAN-ization of Southeast Asia)'를 통해 동남아 공동체를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아세안 창립 선언에 담긴 ‘대동남아지역주의’를 구체화하면서 독자성과 국제 발언권을 확보하며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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