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상한제 지정 '임의 기준' 논란 가열…"1천가구 미만이면 집값 자극 안 하나?"

김충범·윤지은 기자입력 : 2019-11-07 16:51
재건축 특성상 투자수요 기반으로 하기에 사업 단계, 규모는 중요치 않다는 분석 소규모 재건축 단지들이라 해도 밀집 지역은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대단지 못지않은 화력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난 6일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동(洞) 단위 '핀셋 지정'을 골자로 한 분양가 상한제 지정 지역 27개동을 공개한 가운데, 정작 그간 유력 후보 지역으로 거론됐던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지는 제외돼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설명한 관리처분인가 단계 단지 및 1000가구 요건이 기준으로 지정하기에 지극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의결을 거쳐 상한제 적용 법정 요건을 모두 충족한 서울에서 강남 4구 45개동 중 22개동, 마포구 1개동, 용산구 2개동, 성동구 1개동, 영등포구 1개동 등 총 27개동을 선정했다.

언뜻 봐도 선정 지역 수가 업계 관측에 비해 많지 않다. 최근까지 상한제 선정 유력 지역으로 거론됐던 경기 과천시를 비롯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동작구 흑석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지가 대거 빠진 탓이다.

이와 관련해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과천, 목동 등이 지정 대상에서 빠진 것은 해당 지역 내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초기 단계로 분양이 가시화되지 않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상한제 적용은 1차 지정이다. 향후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하는 단지가 추가로 나오거나, 시장 불안 양상이 감지되면 신속한 분양가 상한제 추가 지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한제 지역 선정은 후기 단계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거나 시장 영향력이 큰 지역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졌고, 나머지 지역도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후 추가 지정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 측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정량적 요건을 뒤로하고 기준으로 제시한 관리처분인가 단계 및 1000가구라는 조건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단계 재건축 및 1000가구 미만 단지도 얼마든지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리 상정한 지역에 기준을 오히려 꿰맞춘 '임의적 지정'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위 구성이나 조합 구성 등 초기 단계 단지의 경우 관리처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바로 이 전제조건부터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건축 단지는 아무리 초기 단계에 놓여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실수요보다 투자수요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업 추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1000가구 미만 단지라 해도 시장에 미칠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 정부가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재건축은 모이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각 개별 단지라 해도 외부 요인에 따라 시세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못지않게 시장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용산구 이촌동의 경우 660가구 규모 '한강맨션', 252가구 규모 '삼익', 250가구 규모 '왕궁'은 모두 조합설립 단계에 있지만 모두 재건축 수요층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단지. 일대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에 관심 있는 수요층은 한강맨션, 삼익만 따로 살펴보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며 "재건축 규모가 작다고 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강남권이나 용산처럼 재건축 가격 자체가 비싼 곳은 더욱 그렇다. 재건축을 일반 아파트와 동일선상에 놓으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간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흑석동 일대 뉴타운도 이번 상한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흑석9구역은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고 준 강남권이라는 이점까지 더해져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핀셋 지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주정심 인원을 면면히 살펴보라.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당연직이 14명, 민간위원 11명 등 총 25명으로 불과하다. 과연 이 사이에 지역 및 시장만 오롯이 담당하는 전문가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짧은 시간 내 핀셋 지정 자체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인원 구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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