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 "한우는 단일품종 유전자, 가격보다 가치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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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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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백만원짜리 소 10마리 키우면 겨우 30만원 남아

  • 수입소기 탓 품질 차이에도 한우 '비싸다' 인식

  • 육량 큰 소품종 개발 등 농가도 위기 의식 가져야

  • 현재 4개국 수출...세계 시장서 인정받게 노력할 것

1984년 전남 해남에서 소 1마리로 시작한 사나이는 2019년 현재 전국 한우 농가를 대표하는 한 사람이 됐다.

30일 서울 서초구 한우자조금관리위원화 사무실에서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을 만났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한우 농가 대표 아니랄까봐 커다란 황소 그림이 눈에 띄었다. 거친 듯 휘몰아치면서도 평온해 보이는 황소의 습성을 붓 터치에 그대로 담아낸 듯한 이 그림은 정청향 작가의 2007년 작품 ‘삶’이다.

“한땀 한땀이란 표현 아나? 우리는 직접 기른 소를 그렇게 얘기한다. 아침저녁으로 사료 주고 상태를 봐 가면서 애정을 담아 길렀다는 얘기다. 한땀한땀 기른 소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 그것이 나의 과제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 [사진=한우자조금관리위 제공]



민경천 위원장은 고향 해남에서 ‘전설’로 통한다. 소 농장을 운영하는 이는 있지만, 소 1마리에서 대출 한 푼 없이 400여 마리까지 불린 이는 드물다.

그런데 요즘의 농가는 살기 퍽퍽하다. 소 팔아 자식 대학 보낸다던 좋은 시절은 다 갔다는 얘기다. 300만~500만원짜리 소 10마리를 키우면 한 달에 불과 30만원 남는다.

농장 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이 큰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수입육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산 등 수입 소고기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한우는 비싸다는 인식이 생겼다. 한우의 품질을 고려하기보다, 값이 싼 수입 고기에 한우의 가격을 엇비슷하게 맞춰야 팔리게 됐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이렇게 가면 다두 사육, 생계유지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며 “육량이 큰 소 품종을 개발해서 수입육과의 가격 차이를 최소한 줄여서 하는 게 맞다. 농가들도 소비자가 최고의 한우를 먹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예전처럼 몇두 키워서 밥 먹고 살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생각 버리고 자기개발이 없으면 이 산업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한우자조금의 2019년 캠페인 슬로건은 ‘평범한 일상도 한우가 있으면 인생, 맛있어진다’이다. 우리 한우에는 수입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와규’도 우리 한우에서 비롯했다고 민 위원장은 강조했다.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우리 한우는 대규모로 사육하지 않고 일정 면적에 적정 두수만을 사육해 최적의 환경에서 섬세하게 관리해 키운다. 또한 한우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올레인산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씹을수록 고소한 ‘감칠맛’이 나,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우 수출이 가능한 해외국가는 홍콩, 마카오, 아랍에미리트, 캄보디아 총 4개국이다. 한우자조금은 3년 전부터 홍콩에서 한우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지난해 홍콩 한우고기 수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우리 한우가 세계시장에서 우수한 고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민 위원장은 “소비자는 한우 가격보다는 가치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한우는 일소를 거쳐 고기소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농촌과 식탁에서 가격만으로 매길 수 없는 뜻깊은 가치를 가지게 됐다”라며 “한우자조금에서는 가격 안정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유통 매장에서는 한우 농가에서 차액을 보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명절에는 대폭 할인가로 한우 직거래장터를 개최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또 온라인 사이트 ‘한우 유명한 곳’을 운영해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에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우리 한우 판매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민 위원장은 ‘한우 유명한 곳’에서 추천하는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우를 맛보자며 기자를 자연스레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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