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발목 잡힌 세계 경제..."'피크카'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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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10-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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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무역·환경규제·시장포화 등 악재에 車시장 침체 세계 경제 성장 제동

'피크카(peak car)' 조짐이 세계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피크카는 말 그대로 자동차 수요의 정점(peak)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수석 경제평론가인 그레그 입(Greg IP)은 23일(현지시간) 피크카가 세계 경제의 진전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주에 개막한 도쿄모터쇼의 낯선 풍경을 소개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회사인 토요타가 안방에서 열린 이 행사 부스에서 자동차 대신 건강검진용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토요타 부스의 스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내용의 슬로건도 내걸었다고 한다.

입은 토요타가 승용차에서 관심을 돌린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준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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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만, 입은 구조적인 역풍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장벽과 배기가스 규제 수위 등이 갈수록 높아져 자동차 가격이 비싸지고 있는 데다, 상당수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고 차량공유서비스 등 자동차 수요를 억제하는 대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피크카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미국은 2016년에 자동차 판매가 정점에 도달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각각 2000년, 1990년에 꼭지점에 올라섰다. 한동안 세계 자동차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신흥국에서도 최근 심상치않은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중반까지 1년간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판매가 각각 12%, 14% 감소했다. 입은 피크카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인 콘티넨탈은 최근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25억 유로 규모의 상각처리를 예고했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5주에 걸친 노조의 파업 끝에 공장폐쇄, 비용절감, 전기차·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을 위한 유연성을 확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이 세계 경제와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 8%쯤 된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경제와 무역 성장세 둔화에 자동차산업이 기여한 비중은 각각 5분의 1, 3분의 1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지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판매가 줄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역풍은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에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 고무, 플래스틱, 전자제품 등이 두루 쓰여 업황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자동차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무역 공세의 주요 표적으로 삼으려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동차다. 무역갈등에 자동차 가격이 오르기 쉽다는 얘기다.

EU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배기가스 규제도 자동차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다. 아른트 엘링호르스트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EU의 자동차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필수기술이 자동차 가격을 800~5000유로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BMW, 다임러, 아우디 등이 현재 유럽에서 팔고 있는 자동차 가격이 5~11%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자동차업계가 소비자들이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포화시장에서 가격을 높여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입은 인도를 비롯한 다른 시장의 사정도 비슷해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혁신은 가격을 낮추기 마련이지만, 자동차는 예외라고 했다. 전기차만 해도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 자동차시장 전문 컨설팅업체인 조조고의 마이클 던 최고경영자(CEO)는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아직 포화와 거리가 멀지만,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이들이 몰려 있는 동부 연안 주요 도시는 대개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IMF의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1인당 소득이 늘면 자동차 보유율도 함께 높아지기 마련인데, 현실에서는 그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브라질은 2008년에 중국보다 평균 77% 부유했지만, 10년간 이어진 성장정체 끝에 지금은 16% 더 가난해졌다. 브라질의 자동차 판매는 5년 전에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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